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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온갖 추측과 설이 난무하고, 음해공작과 유언비어가 폭주하고 있다

  대학 들어와서 가장 먼저 배운 것 중 한가지는 "인터넷과 소설을 믿지 마세요" 였다. 1학년 교양 레포트 하나를 작성하는데 있어서도 인터넷이나 소설(그것이 대학 교수가 쓴 작품이라 할 지라도)에 나오는 이야기는 학문적 가치가 없고, 그 근거가 희박하므로 절대로 인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 때는 아직 포털이나 지식인 따위는 커지기 전이라 대부분 기관과 단체, 그리고 개인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들에 자료가 많이 있었는데, 아주 공신력있는 몇몇 기관의 사이트 외에는 믿을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취지였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자기가 인터넷에 홈페이지 만들어서 대충 이상한 내용 올려 놓고, 자기 리포트나 논문에서 그 글을 인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글이 바로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소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

  그럼 믿을 만한 정보는 무엇일까? 1. 논문 2. 책 3. 신문과 잡지 순서다. 논문은 보통 해당 학회에서 1차 검증을 거치고, 그 내용에 대해서 동료 학자들이 다시 재현을 해보거나 반박 / 인용 등의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가장 신뢰할 만 하다. 책의 경우, 저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쓰고, 출판사가 내용을 어느정도 검토하고 보증하기 때문에 논문 다음으로 신뢰성이 있다. 마지막이 신문과 잡지인데, 틀린 기사를 내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신문사와 독자들에 의해 1차 검증을 거치고 시간이 지난 뒤에 정정기사나 보강 기사가 나가기 때문에 역시 신뢰할 만 하다. 물론 이 세가지 도 100% 신뢰할만 하다는 뜻은 아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 까지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이 사람들이 신뢰하던 학설이었던 것 처럼,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은 사실 몇개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온갖 추측과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고가 있었던 날 저녁에 파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술판을 벌였다는 이야기부터 박희태 대표가 문상 거부를 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쑈를 하고 갔다는 이야기, 급기야 타살설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씩 차분하게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들인데 이런 글들이 인터넷에 "펌" 이란 꼬리표를 달고는 마구 퍼지고 있다. 법의학자의 글이라는 소설은 문체 부터 교양없는 치졸함이 보이는데, 이런 글에 바보들이 추천을 하고 있다. 한 법의학자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자만, 지금 대한민국에 법의학자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40명 내외다. 법의학 개원의는 셋 뿐이고, 국과수에 법의학자는 17명 수준이다. 이런 대한민국에서 나 법의학자인데 하고 글을 쓴는 것은 나 누구인데 하고 글을 적는 것과 매한가지다. 즉, 처음부터 소설이란 애기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믿는 것 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 신뢰 할 만한 글을 가려낼 눈도 갖지 못했다면 천둥소리에 놀란 강아지마냥 짖어대기 보다는 침묵하는 편이 났다. 무엇보다 시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염하고 입관한 유족들이 가만히 있는데, 외부인들이 무슨 권리로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말인가. 이런 식으로 보수와 여당을 비난한다면 지만원의 병신짓하고 뭐가 틀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