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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닭장과 CF

  회사 익명 게시판에 "닭장과 CF"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내용인 즉슨, 모델일정이 촉박하다고 내려진 평일 C타임, 주말 F 타임의 강제조처가 지나치게 비인간적이다 라는 내용이다. 닭장 속의 닭이나, 강제 CF 명령에 자기시간 하나 없는 우리나 다를게 없다는 얘기다. (C타임 F타임은 알만한 분들은 아신다.) 

  윗분들의 반응이 대단히 격렬해서, 몇일 만에 CF 강제는 없다고 다시 공지가 되었지만, 뭐 부서분위기는 대단히 흉흉하다. 특히 신입사원과 경력 사원, 인턴들까지 보는 앞에서 부서 분위기가 이모양이니 참 말이아니다.

  오늘도 회사에서 9시간을 일을 하고 돌아왔는데 (일이 끝나서 온게 아니고, 그 이상은 잔업해도 수당이 안나와서 돌아온건다. 어느 만화에선가, 월급장이는 월급을 넣으면 움직이는 장난감하고 똑같다고한 말, 바로 그거다. ) 계속 협력 업체어서는 전화가 온다. 그쪽도 장난 아니게 쪼이고 있겠지. 그 사람들은 월급도 우리보다 적은데, 일은 더 비전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지금 우리가 뭐하는건가 싶다.

  심지어, 애기들 까지도 우리회사를 다니는 기분이다. 엄마가 11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니, 그 때 까지 안자고 기다리는 애들이 태반이요. 아빠만 보면 운다는 애들도 있고... 과연 지금 우리가 뭘 위해서 이러고 있나...

  사실, 모든 비합리의 시작은 위 - 저 위 - 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사실과 오해" 에 첫 장에 나오는 명언 - 일정이 예측이 잘못되는 것은 개발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 일정을 잡기 때문이다 - 라는 말이 절절이 와 닫는 요즘이다. 그래, 지금 E-CIM 30개 있으니까 하루에 15개씩 줄여서 내일 모래는 0을 만들어 놔라. 이게 정말 합리적인 일정관리인가. (E-CIM도 알만한 사람들은 안다.)

  뭐 지금 물건이 출시 안되면 어떻게 되고 이렇게 되고 한다고 하지만, 몇몇 회사는 훨씬 적은 모델수로 훨씬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는 걸 볼 때, 이런 모델 밀어내기가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의심도 든다. 솔직히. 베이스로 진행했던 모델, 누가 봐도 끝내주는 물건이다. 그렇게 개고생 (은 다른 파트가 했지만) 해가며 만들어낸 물건을 계속 팔지 않고, 다른 물건을 바로 대체하는게 , 정말, 정말 바람직한 일일까?

  그런 정책 덕에, 누구도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일정을 가지고 진행을 하고 있다. 몇번 얘기했지만, 프로젝트 일정 수정을 프로젝트 실패라고 규정할 때, 지금까지 해온 프로젝트 - 50건 이상 - 중 49 건이 Fail 이었다. 이걸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가장 두렵다. 난 프로그래머지, 벽돌 쌓는 미장공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