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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디테일의 힘 - 왕중추

디테일의 힘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왕중추 (올림,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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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이 아닌, 중국인 저자의 책을 읽기는 처음이다
 

  중국이 개방되고 나서 이젠 미국을 넘보는 경제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학과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은 미국과 일본의 책이 번역되거나, 우리나라 저자들의 책이 많았는데, 근래들어 중국의 책들도 번역되어 들어오고 있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한국은 참 주변 강대국들의 트렌드와 문물을 잘 받아들인다. 단, 강대국인 경우에 한정된다.

  이런 종류의 자기계발서가 들어온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중국을 무시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네들이 하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큰 의미를 갖는다. 고전과 무협지가 아닌 중국인 저자의 책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많이 듣던 이야기, 중국판
 

  어려서 참 일본과 미국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양심냉장고라는 제목으로 TV 쇼도 방송이 되었지만, "일본은 이런데 우리는 이것 밖에 안된다" 는 말,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어왔던 것 같다. 지하철에서, 버스정류장에서, 관광지에서, 학교에서 등등, 일본이 왜 선진국이고, 우리는 왜 아직도 계발도상국이라고 불리는지 참 많은 일화들을 들으면서 자랐다. 미국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여서, 고우영 선생님이 미국 여행을 가셨을 때, JFK 공항의 공중 화장실에서 온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선진국임을 절감하셨다는 글을 읽었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책을 통해서,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디테일"들을 정말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이제는 꽤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사회는 모르겠지만, 제품의 품질에 있어서는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일제보다 더 비싸고, 더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 하던 일제보다 국산을 더 신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책은, 그렇게 어린시절에 듣던 "선진국 이야기"의 중국판이다. 물론, 한국어 번역과정에서 꽤 많은 우리의 부족한 부분들이 추가되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래서 중국인은 아직도 멀었다" 는 이야기가 많다.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 논리를 펴고 있어서 공감 되는 부분이 많고, 특히 사회 문화적인 부분에서는 여전히 대한민국도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훈은 시대 변해도 여전히 가치를 갖는다. 남의 이야기인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저자가 주로 일본과 독일의 이야기를 예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이야기도 나올 법 한데, 이웃나라가 보기에도 한국은 아직도 멀었다고 느껴지나 보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경제, 사회적인 부분만 언급하고, 정치, 외교적인 부분은 다루지 않고 있다. 저자가 세일즈맨 출신이라 어느정도 한계는 있겠자만, 정말 중요하면서 현재 한국과 중국이 선진국과 가장 격차가 벌어진 부분이 정치, 외교인 것을 생각하면,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선진국이란? - "I'm sorry, that's all my fault"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 이야기를 하나 첨언하고 싶다. 독일에 출장을 갔을 때, 점심먹으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우리는 직진 중이었는데,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기 위해 좌회전하던 차가 우리를 못보고 들어오다 사고가 났다.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운전을 하던 선배는, "내가 뭐 신호 못본거 없지? 혹시 어디 신호 있었어?" 하고는 자기 방어를 준비했고, 나는 한국에서 처럼 뒷목을 잡고 내려야 하나, 우린 독일어는 못하는데 뭐라고 설명하지, 이거 키작은 동양인이라고 경찰이 불리하게 판정하는거아냐 등등 별의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다.

 그때, 상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면서 하는 한마디.

"I'm sorry. that's all my fault"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다. 차를 빼놓고, 경찰이 오고, 보험회사와 렌터카 회사에 연락을 하기 까지, 언성 한번 안높이고, 모든게 조용히 끝났다. 누구 과실인지 따지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정리가 되었다. 우리는 렌터카 회사에서 새 차를 받았다. 아무 추가 비용 없이.

  독일은 과연 선진국이었다. 절대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곳. 그 곳이 선진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