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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인간, 조직, 권련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


인간, 조직, 권력 그리고 어느 SW 엔지니어의 변
국내도서>컴퓨터/인터넷
저자 : 이종국
출판 : 인사이트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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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나라한 대한민국 S/W의 현실  

 


● 그동안 S/W 관련된 에세이 혹은 소설 종류는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안철수 교수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터 임백준 님의 "나는 프로그래머다", "행복한 프로그래밍", "뉴욕의 프로그래머" 같은 에세이, 소설들, 조엘 스폴스키의 그 유명한 Joel on Software 와 그의 책에서 소개하던 다른 S/W 엔지니어링 관련된 책들, "해커와 화가", "데드라인",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같은 또 다른 저명한 외국인들의 관련 책들까지. 프로그래밍으로 밥을 벌어먹으면서 관련된 책들은 약간의 의무감까지 느끼며 모두 읽었다. 


● 앞에서 든 책들은 모두 외국의, 특히 미국의 S/W 업계의 현실을 반영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임백준 님의 책들 조차도 뉴욕의 S/W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내가 매일 겪는 불합리한 상황들과는 - 지금은 많이 지나갔지만, 옜날에 야근이 극심할 때는, "아 이래서 회사에 창문이 안열리는구나" 란 생각 까지 했었다. - 기본적인 전제 자체가 다르다. 아무리 바쁘고 시간에 쫒기면서 돌아가는 곳이 이 S/W 업계라 하여도 대한민국 SI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문들과, 내 사촌 누님이 실제로 겪은 일들과,제조업에 기반을 둔 무늬만 IT회사에서 나와 내 동기들과 동창들이 겪는 일들은 앞서 말한 책들의 저자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다. 


● 이 책, 대한민국의 SW 현실을 다룬 진짜 첫번째 책인 아닌가 싶다. 이전에 "대한민국에는 S/W가 없다" 가 그나마 대한민국의 현실을 다루려고 했었으나, 역시나 저 높은 곳에서 책상물림이 쓴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진짜 PM이 수십년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겪었던 일들이 정말,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 예를 들면 이런식이다. 어떤 방법론이나 S/W 엔지니어링 이론에 따른 산출물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대충그럴듯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어차피 요구한 사람도 그 자세한 내용은 보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자기 상사에게 그럴듯 하게 보고하기 위한 용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신랄하게 깐다. 저자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몇몇 분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기얘기가 나와서 얼굴이 붉어질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S/W 업계가 개판인 이유 - 결국 조직내 정치싸움 

 

● SI 업계의 권력 피라미드를 그리면 대충 다음과 같다. 정점에 발주사의 CEO가 있고, 그 밑에 경영진 - IT실무부서(감리부서) - 하청업체 경영진(영업부서) - 하청업체 개발팀 순서다. 일은 하청업체 개발팀이 다 하지만, 생색은 발주사의 경영진이 낸다. 중간에 껴있는 모든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잘 돌아간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애를 쓰고, 파워게임을 하고, 쓸데없는 문서를 요구하고, 프로젝트 일정을 압박하고, 결국 개발팀의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 결과, 개발자와 그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프리랜서들은 개발 중간에 회사를 떠나고, 심지어 프로젝트가 일정에 맞춰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난다. 자신의 공적을 내세울 곳이 없기 때문이다. 


● 돈은 개발부서가 번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위에 권력 피라미드에서 구체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곳은 제일 밑바닥에 있는 개발부서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경영, 영업부서다 계약을 통해서 매출을 창출하고, 그 이후 개발부서는 이윤을 까먹는 곳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현시로가 괴리가 생기고, 문제가 발생하다. 


● 역시, 책상물림들이 S/W 엔지니어링이라는 학문을 만들면서 불필요한 문서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문제는 이 문서 산출물들이 본래의 의도는 잃어버린채, 관리부서의 실적을 입증하는 용도로 전락해 버린다. 문서는 만들어지지만, 누구 하나 내용에는 관심도 없다는 얘기다. 실제 프로젝트와 문서와의 상관관계도 큰 관심이 없다. 결국 개발자들에게 일만 많아지고, 일의 집중력만 흐트러뜨리며, 프로젝트 일정만 늦출 뿐이다.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운영, 유지보수의 최종 목적은 그 안에서 일하는 우리의 행복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