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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이런 이상한 나라가 있나 -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폭리를 논하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치킨이 비싸다" 말씀을 하시니, 치킨집들이 원가공개를 한다고 나서고, 삽겹살에 커피까지 원가에 비해 폭리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핵심가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업프렌들리" 아니었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비자 가격을 직접 들먹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만, 자꾸 MB 물가니, 관세를 내리느니 하는 드립을 치니 더 이상해 지는 거 같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독과점과 담합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시장의 가격을 믿고 맡기는 것 아닌가?

  커피, 삼겹살, 그리고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치킨. 모두 독점과 담합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이다. 대체제도 충분하고, 경쟁이 아주 치열한 완전경쟁시장에 가깝다. 독과점 조사중인 치킨 조차도, 어떤 곳은 같은 가격에 두 마리를 주기도 하고, 어떤 곳은 9천원에 팔기도 한다. 여전히 시장통에서 생닭을 직접 튀겨주는 집도 있고, 정말 비싸다고 생각하면 집에서 튀겨 먹는 것도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다. 삽겹살, 커피는 더 많은 대체제가 있고, 동일 상품 안에서도 수많은 가격대의 상품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리" 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있는가? 만약 커피가 30배를 남길 수 있다면, 그건 장사를 잘 하는 거지, 폭리가 아니다. 시장으로부터 노력의 보상을 받은 거다. 시장경제를 인정한다면, "폭리" 라는 말은 독과점과 담합에 대해서만 쓸 수 있는 말이다.

  소비자에게는 비싸면 사지 않을 권리가 있다. 비싸도 사야만 하는 상품들에 대해서는 공기업이 공급을 맡는다던지, 적절한 가격 가이드를 줘야 하겠지만, 요즘 논란이되는 치킨, 커피, 삼겹살은 그럴만한 대상이 아니다.

  롯데마트 치킨은 같은 이유에서 많은 소비자의 환영을 받았지만, 밑지고 팔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롯데마트가 치킨을 8천원 - BBQ의 반값 - 에 팔았다면 어땠을까? 그 때는 BBQ와 프렌차이즈협회가 조용히 넘어갔을까?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빈봉하는 배금주의 사회인 것 같다가도, 이런 얘기들 나올 때 마다 - 그것도 정부, 여당에서까지 화제로 올릴 때 - 시장경제 보다는 통제경제를 원하는 사회 같다. 박정희 대통령 떄 처럼, 말 한마디에 사회 모든게 마음대로 되는, 그런 나를 원하는건지...

  결국, 이 또한 얼치기 시장경제주의 아니겠는가.

PS. 장사하다 "망한다" 는 위험 부담이 얼마나 큰건지 겪어 보지 않고서는 "폭리" 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속비용, 귀속노임, 위험 부담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할말이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