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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맥심, 오 나의 맥심 - 이달부터는 한권 만

관련 블로그 포스팅 - 법원이 손들어 준 성인잡지는 어느쪽 맥심(MAXIM)일까? 

※ 구글링을 해봐도, 관련 신문기사가 안보인다. 부득불, Blog 포스팅을 링크한다.

  남성잡지 중 맥심 (MAXIM) 이라는 녀석이 있다. 입사 이후 부터 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거의 한 권도 안빼놓고 다 사서 봤다. 정기구독도 몇년 했는데, 우편 배송이 서점에 깔리는 것 보다 더 늦게 오는 통에, 근 1년간은 서점에서 직접 사서 보고 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맥심 본사와의 분쟁으로 인해서, 언제 정기 구독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법적 분쟁 가운데, 결국 9개월여만에 오리지널 맥심 한국어판이 패소를 한 모양이다. 스토리를 들어보면, 맥심 본사가 부도가 나면서 판권이 이리저리 팔려가는 가운데 연장계약에 문제가 생겼고, 맥심 South korea를 내는 쪽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을 했던 맥심 본사(정확히는 판권 소유주)가 기존 계약을 일방파기하면서 맥심 한국어판과 맥심 South korea 가 몇개월 동안 서점에 같이 깔리게 되었다.

  "계약의 일방파기"가 문제인데, 업계 관행에 비추어 도덕적으로는 지탄받을 만한 행위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었던 모양이다. 맥심 한국어판은 홈페이지까지 닫아버렸다. 흠. 뭔가 공지나, 사과문(법원 요구에 의한 게재 같은것) 이 있을 줄 알았는데, 홈페이지는 그냥 시원하게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아쉽다. 가장 큰 이유는, 맥심 한국어판에 비하여 맥심 South korea는 "재미 없다". 간단하고 직접적으로, 재미없다. 재미 없는 쪽이 살아남아서, 그래서 슬프다.

  다른 남성잡지들 - 에스콰이어, GQ, 맨즈 헬스 - 들과 비교했을 때, 맥심은 가장 현실적이었고, 친근했고, 무엇보다, "어 너도 이거 알어?" 라는 느낌의 기사들이 자주 올라왔다. 친구랑 비밀 얘기 하면서 킬킬거리던, 혹은 고등하교 시절의 에피소드를 회상하면서 폭소하던 그런 재미가 있었다. 패션면에 소개되는 아이템들도 가격이 적당해서, 그 다음날 백화점에서 찾아서 살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올라왔다. 이에 비해 에스콰이어와 GQ는 딴세상 이야기 - 대한민국에 이렇게 돈잘벌고 능력 좋고 키크고 잘생긴 남자들이 많은지- 가 너무 자주 나와서 별 다른 재미를 못느꼈다. 책은 너무 두껍고, 광고도 너무 많고, 가장 짜증나는건 패션 페이지인데, 과연 이 잡지를 읽는 사람들이 이런걸 살 수 있을까 싶은, 괴상한 디자인의 80만원짜리 가죽바지 (세상에, 남자에게 가죽바지라니)나, 크리스마스에 남자친구에게 받고 싶다는 200만원짜리 커피메이커 (이걸 사줄 능력이 있다면 그 남자가 너를 만나겠냐? 방배동의 28살 K양아) 가 실렸다. 글자는 왜이리 작고 많은지, 잡지 읽다가 눈 빠지겠더라.  맨즈 헬스는, 솔직히 실망이 많다. GQ에다가 머슬 앤 휘트니스 를 반반씩 섞어 놓은, 그런 책인데, 그냥 볼만은 한데, 재미도 그저 그렇고, 무엇보다 헬스 기사에 실뢰가 별로 안간다.   - "미역을 많이 먹으면 티록신 분비가 촉진되어 에너지 소모가 늘어나서 살이 빠진다" 는 기사를 실은 적이 있는데,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다고 호르몬 균형이 깨진다면, 그건 호르몬의 성격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티록식 과다는 심각한 질환이다.

  맥심 South korea는? 뭔가 어정쩡하다. 맥심 한국어판을 "짭퉁" 이라고 비난하는 글을 싣을 적이 있는데, 보면서 웃기지도 않았다. 이제 7권째인가 찍은 녀석이, 내 방 한가득 꼳혀있는 오리지널을 짭퉁이라고 부르는데, 그냥 잡지를 던지고 싶었다. 그 다음 호 맥심 한국어판에서 편집장 기사로 점잖게 타이르더라. 음,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볼게없다" 는 느낌이 든다. 보고 있어도 볼게 없다 는 느낌. 몇몇 기사들은 지독히 현학적이고, 어려운 말 투성이고, 매번 실리는 혐오사진 음식 시리즈는 짜증까지 유발한다. 그냥, 미국판 맥심에서 가져온 헐벗은 서양인들 사진이 주욱 실리는데, 그닥 감흥도 없다. 섭외가 쉬웠을 듯한 걸그룹 애기들 사진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이번호야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South korea 한 권만 가져왔다. 편집장 글은 그럴듯하게 적었지만, 과연 이게 계속 내가 이 잡지를 사게 만들 만큼 "끌리는" 녀석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혐오사진도 여전하고 - 그 사진 밑에 구차한 변명글은 더 비참하다 - 몇몇 기사는 열 몇달 전 한국어판에 이미 실렸던 기사와 비슷했다. 뭘 어떨게 하던지, 좀 재미있는 녀석으로 변했으면 좋겠다. 그냥, 아직 멀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가장 기대하는 것은, 맥심 한국어판이 다른 이름의 잡지를 만들어서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그들은 이미 외국판 맥심의 기사를 공수하지 않도고 8개월 여 동안 책을 만들어온 내공이 있다.(그것도 더 재미있게) 그들이 책을 계속 해서 낼 수 있다면, 기꺼이 정기구독을 다시 시작할 용의가 있다. 이 글을 보게 될 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 My precious, 맥심 한국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