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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출산률이 낮은 이유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기사 - 1.24명, 대한민국 합계출산률 186개국 중 184위

●   남들이 부러워 할만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내 주위에도 여전히 30이 넘은 처녀, 총각들이 많다. 과장님들 중에도 35넘어 장가를 가신 분들도 많고, 아직까지 미혼인 여자 과장님도 계시다.

●  더 문제는, 결혼한 분들 중에도 아이가 없이, 신혼 같이 계속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 둘 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은, 일단 낳기로 결정하신 분들 둘 정도 까지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하다. 역시나, 급여에 여유가 있는 계층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세 아이를 둔 분은 딱 한 분 계신데, 둘째가 쌍둥이였다.

●  나이 서른에 6천만원 이상 명세서에 찍히고, 입사하자마자 국민연금 1등급, 의료보험 1등급으로 세금을 내는 직장이지만, 여전히 결혼하고 아이낳기를 꺼리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난 내 나이때 우리 아버지의 체감수입으로도 세 배 가까이를 벌지만, 여전히 결혼을 준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내 주변에 결혼하는 "평균적인"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아직 80% 수준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난 부모님께 전혀 기대할 수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  88만원 세대에서 언급되었던 것 처럼,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 - 20평대 아파트 전세 같은, 정말 주변 동료들이 아이에게 제공하는 의식주, 교육 같은 모든 것들 - 를 위해서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 아이가 적어진 만큼 그와 관련된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있어서, 이 또한 만만치가 않다. 정말 분유값 벌기가 빠듯하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우리 만큼 벌면서도 이런 얘기를 한다.) 아이 돌 기념 사진에 200만원을 달라고 하면서, "요즘 다 이렇게 하세요" 라고 사진사가 얘기 하더란다. 아파트 단지의 축구 모임 - 5만원 씩 걷어서, 대학생 강사를 부른단다 - 에 끼지 않으면 공하나 차고, 인라인 한 번 탈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으니, 이 또한 남의 얘기는 아니다.

● 노총각이 할 넋두리는 아니다만, 결혼만 안하면, 지금까지 모아놓은 돈 가지고 평생 좀 더 쉬운 일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부모님의 기대만 아니었다면, 진작에 결단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  출산률이 심각하다고 느낀다면, 이 각박하고, 물가 비싸고, 집값 비싼 대한민국의 삶의 질을 한번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교육문제 포함해서, 이 나라에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질고의 세월을 또 다른 한 생명에게 겪게 하는 것은 별로 내키는 일이 아니다. 솔직히.

●  이러니, 회사 부장님을 하시다가 때려치고 미국으로 닭공장에 취업이민을 가는 세상 아니겠다. 미국에서 닭 목을 쳐도,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 이게 현실이다.

●  G20이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유와  삶의 질에 대하여 좀 고민해봐라. G20 회의에서 얼마나 심각한 고민을 얘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해야 할 만큼 중대한 일은 아닐 것 같다. 외국인들이 모여 회의 사흘 하는게 대한민국 헌법보다 가치있다고 말하는 정치인이라면, 그건 수준미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