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아버지를 빼앗긴 어린이들의 날, 남편을 빼앗긴 부인들의 날

● 어린이 날이다. 출근을 했다. 좀 앉아있다가 짜증이 치밀어올라 두시간여만에 일어나서 들어왔다.

● 회사에 제법 많은 애아버지들이 앉아있었다. 기혼자들도 꽤 있었다. 물론, 전원 출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훨씬 적었지만, 평소 일요일보다는 많았다. 애들은 어쩌고 나오신건지... 과장님은 기어이 사모님을 이기지 못하시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양보를 하신 것 같다. 그야말로 회사에 아버지를 빼앗긴 아이들의 날이고, 부인들의 날이라 부를 만한 하루였다. 입사이후 처음으로 5월 5일에 출근을 했고, 그마저 마음 편하게 쉬지를 못하고 있다. 이건 정말 비극이다.

● 다음 아고라에 IT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근로 환경에 대한 토론이 진행중이다. 사실, IT만 비인간 적인가. 우리나라 모든 직장이 비인간적이지. 이미 한겨례 21인 "노동 OTL" 기획 기사를 통하여 지적한 바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죽도록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곳이다. 일하다 죽거나, 일 하지 못해서 독거노인이나 노숙자로 죽거나, 어중간한 사람들은 다시 자녀들에게 어중간한 상태를 물려주는 그런 사회로 가고 있다.

● 야근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야근 수당을 포함해야 비로소 생활이 가능한 급여를 주고, 야근을 해야 열심히 좀 일하나보다 생각하는 한국식 근로문화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벌레라 불리는 일본인을 게을러보이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들이 한국인이라는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IT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퍼져있는 비인간적인 노동문화가 근본 문제입니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No sunday, No saturday를 다시 시작한다고 나서고 있으니, 무조건 오래 일하면 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머저리같은 생각이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한, 대한민국을 벗어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하루 네 시간 자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출근하는 것을 자랑하고,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대통령부터 제발 좀 한 두 주라도 휴가좀 보내라. 또 어떤 거짓말을 할까, 무엇을 감출까를 고민하기 전에, 한 두 주 정도 자리를 비워도 아무 이상없이 세상이 돌아간다는 것을 좀 봐야 한다. 지도자부터 이모양이니, 결국 전 국민이 휴가도 없이 일하는 노동 공화국을 향해 나아가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거야 말로 정말 비극이고, 국가적 망신이다. 이게 국격이냐. 모든 사람이 일요일, 토요일 조차 쉬지 못하고 일하는게, 이게 선진국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