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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지난달 잔업시간 100시간 돌파. 이건 사람 사는게 아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이 노동절이네... 오늘도 회사엔 사람들이 버글거릴거다. 오늘 버전 찍는다고 공지를 했으니까. 과장님, 부장님 눈에는 오늘이 메이데이(May day)가 아니라  그냥 또 하루의 토요일 같이 비치는 모양이다.

  지난달 출퇴근 기록과 잔업시간을 시스템에서 찍어보았다. 평일잔업 82시간, 주말특근 20시간.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은, 하루 6시간 이상 잔업을 찍은 것도 몇번 더 있으니 실제로 평일잔업은 좀 더 많을 거다. 90시간까지는 안넘겠지만...

  화면을 보고, 아 이달은 100시간을 넘었구나 하고 확인하는 순간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우울증 초기증상 같은 느낌이랄까. 이래서 사람들이 회사 창문 밖으로 뛰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한국 베링거잉겔하임은 월간 160시간 근무만 하면 나머지는 시간은 유동성을 보장해 준다고 하는데 (휴가를 더 준다는 건 아니고, 잔업한 만큼 다음날 근무 시간을 줄여준다는거다), 난 잔특근 만으로도 이들의 절반보다도 더 일을 했으니, 1.5명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다.

  하... 요즘들어 자주 하는 생각이,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열심히" 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까 란 생각이다. 이렇게 죽도록 일하고, 1등을 위해 뛰어가는 나라. 돈, 돈, 돈, 성적, 1등, 점유율, 심지어 국가를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망상까지. (사족 : 꼬마애가 지구본 들고가는 공익광고 보면 역겹다. 나라를 널리 알리는 방법은 악명을 떨치는 방법도 있다. 오죽하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 김정일 이라고 하지 않나. 나라를 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영향력을 펼치는가가 중요한데, 이 나라 윗분들은 뭐가 중요한지 개념이 없다.)

  잔업의 이유의 주된 원인은  늘상 반복되는 회사 어른들의 조급증이다. 그분들이야 더 윗분이 까라니까 까는거지만, 작금의 분위기는 거의 상무님들 사이에 부서원 야근 시간 배틀이 붙은 것 같다. 공식적으로는 회사 윤리경영 헌장이 어쩌고, GWP가 어쩌고 하지만 결국 다 공염불이다. 근로기준법이니, 노동부니 있지만 법을 지킬 의지도 강제할 의지도 없고 그저 월급 잘 나오니 배부른 소리하지 말아라가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인 것 같다.   회사 출퇴근 버스 터미널 앞에서, 한 200명정도만 샘플링해서 일주일만 출퇴근 시간 조사하면 이사람이 얼마나 잔업을 하고 특근을 하는지 간단하게 나올텐데, 엄마들 모이는 게시판 몇개만 모니터링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일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일텐데, 이런 상황을 그냥 두는건 눈을 감는건지, 아니면 무능한건지...

  오죽하면 교회 자매들이 "오빠도 나중에 중학생 딸들이 오빠 얼굴 못본지 오래됬다고 할거에요" 라고 하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이렇게 평이 안좋아서 장가나 가겠나. 남들 보기는 일등 신랑감이네 어쩌네 추켜세우지만, 만만찮은 숫자가 우리 회사 사람하고 결혼 안시킨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듣는다. 뭐 이해는 된다. 혼자 사는 느낌일테니.

  우리나라 기준에서, 월급을 넉넉히 받는 것은 사실이다. -1500만원 (학자금 천만원 + 월세보증금 500만원) 으로 시작해서 5년만에 +8천만원에 자동차 한대까지 마련한건, 회사가 월급을 넉넉하게 주기 때문이고 무척 고맙다. 체중도 15KG 불었고, 몸에 지병도 몇개 생기고 간수치도 올라갔지만, 일종의 트레이드오프 라고 생각을 해왔다. 근데, 오늘은 무척 우울하고 자꾸 눈물이 난다.

  너무너무 힘들고 피곤하고 우울해서, 이렇게라도 털어내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 같아서 몇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