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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요즘 가요 가사를 듣가보면 다다이즘이 생각난다

  소내시대가 "Oh"를 들고 돌아왔다. 여전히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곧 화면보호기로 만들어져 회사 모니터를 도배할 것이다.

  2NE1의 "Fire"이후로 거의 모든 음악방송을 챙겨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카라의 "Mister"가 작년에 나온 노래 중 (정확히는 퍼포먼스) 중 최고라고 생각하다.  소녀시대 역시 만만찮은 포스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 MP3를 지배하는 것은 90년대 노래들과 Pop이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노래가사 때문에 영상없이 노래를 듣는 것은 도저희 무리다. TV에서 화면 밑으로 나오는 가사를 읽어봐도 마찬가지다. 영어 반 국어 반 섞어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장점도 있다. 그 영어 가사 때문에 동남아권에서는 FM 라디오에서도 한국 노래가 그냥 나온다. 작년에 세부에 여름휴가 갔을 때, 호텔 수영장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Fire"가 그냥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마사지 하는 분들이 케이블 (KBS World가 나온다)에서 뮤직뱅크를 빼놓지 않고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주 1위곡이 뭐였다고 까지 기억을 하고 있었다. 물론 KBS World에는 영어 자막이 나오지만, 노래 자체가 반쯤은 영어로 되어 있기에 외국인들이 듣기에는 좀 더 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도 일본 노래 들을 때는 영어가 좀 섞여 있는 편이 듣기 편하다. 무슨 내용인지 추측이라도 하기에...

  그래도... 노래 가사라면 말이 좀 되야 할 것 아닌가. 작사가라고 이름 걸고 돈 받고 가사를 팔았을 텐데, 글 쓰는 사람으로써 최소한의 감정과 기승전결은 실려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노래를 찾는 사람들" 수준의 가사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꼭 쓸데없이 영어를 섞어 쓰는 것도 우습기만 하고... 정말 몇몇을 빼고는, 한해에 발표되는 노래 중, "시" 라고 부르기에 부끄럽지 않은 가사가 몇이나 되는가. 고민해서 쓴, 라임이 맞는 곡은 몇곡이나 되고...   모든 노래가 "어머니의 된장국" 이나 "싸구려 커피" 수준까지 가사를 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자만, 솔직히 요즘 아이돌의 노래는 정도가 좀 심하다. 말이 안되거나, 유치하기 그지없거나 둘 중 하나다.

  예전에 "다다이즘" 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단어를 작은 카드에 써서 모자에 담고 뽑아서 나오는데로 늘어놓고는 시를 지었다고 하는 건데, 우리나라 작가 중에는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오감도" 같은 시 말이다.

  솔직히, 요즘 노래를 들으면 이거 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영어단어 죽 오려서 넣어놓고 랜덤으로 뽑기. 이게 아니라면, 노래 가사의 절반이 영어인데, 하나같이 이렇게 말도 안되면서, 쉬운 단어들만 나올리가 없다. 하. Oh Oh Oh 오빠를 사랑해라... 그럼 굳이 Oh 로 적을 필요도 없는거 아니냐 이거지. 

  그래서 아직도 90년대 노래들 듣는다. 그 때 노래들은 아직도 가슴을 저미는 무엇인가를 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