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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09/09/22] 고등학교 담임선생님의 부고

  분명,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만, 내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함께 하셨던 은사님이 돌아가셨다. 난 지금에야 퇴근해서 컴퓨터 앞에서 이 글을 적지만, 선생님은 이틀 장지로 가신다고 한다.

  졸업하고 한번 찾아뵙지도, 소식을 듣지도 못하다 처음 듣는 소식이 부고하는 점이 정말 당황스럽지만, 아직 너무나 젊고 창창하실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뜨신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입학 첫날 부터 거의 일주일간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입학식 직후 교실에서 뵈었을 때,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요주의 학생들의 머리를 깎게 하시던 일, 가끔씩 불시에 가방검사를 하시고는 아무말 없이 불러내 패시던 일, 남학생들끼리 교환일기 쓰게 하시고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일이지만, 문집까지 만들어서 그 내용 그대로 다 갖고 있다) 그 중간 중간 선생님 말씀까지 적어 주시고...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 첫 선생님을 참 좋은 분을 만났다. 아마, 12년 초, 중 고를 나오면서 내 인격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신 분이라면 이분과 중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 두 분 정도일 것이다.  종씨임을 들어 사생대회에 맥주를 헌물하기를 원하던 분도 계셨도, 음담패설 하다가 중간고사범위까지 진도를 못나가서 보강을 하신 분도 계셨는데,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정말 스승 다운 분이셨다.

  난 문상을 가지를 못했다.

  차가 없다는 우스운 핑계...

  시간이 없다는 핑계...

  일에 찌든다는 핑계...

  살짝, 부끄럽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