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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론리 플래닛 스토리 - 토니 휠러

론리 플래닛 스토리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토니 휠러 (안그라픽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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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말을 하긴 미안하지만, 기대가 컷던 탓일까. 대단히 지루한 책이었다. 음, 뭐랄까. 두서없이 늘어놓은 30년간의 일기랄까. 어디가서 뭘 봤고, 어디가서 뭘 해봤고, 어디에서 뭘 먹었고, 어디에서 잤다는 사건의 나열은 가득한데, 그 사건들을 엮어서 긴장과 감동을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없다. 책 전체를 읽는데 너무너무 지루했다.

  론리 플래닛 자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 안내서이다. 내가 론리 플래닛 - 이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대학 시절 함께 학원 강사를 하던 선생님의 책장에서 였다. 1년 동안  다섯가지 일을 해서 -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빵집 , 저녁에는 학원 영어강사, 주말에는 결혼식 비디오 편집, 가끔 밤새서 외국인 대상 파티 크루, 본래 직업은 다큐멘터리 기획편집 - 한 두달 훌쩍 나갔다 오시는 분이다. "너무 추워서" 라는 이유로 사무실에도 말을 안하고 마카오로 뜬 적도 있다고 하니, 나 같은 사람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분의 다음 목표는 몽골, 러시아 였다. 중국 - 몽골 -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러시아로 관통하는 루트를 생각하고 계셨는데, 벌써 5년전 이야기다. 지금쯤은 도전에 성공하셨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결혼하시고 가정으로 들어가셨을지도...

  론리 플래닛의 가이드북을 정식으로 다 읽어본적은 아직 없지만, 내게도 이 책의 명성은 아주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실망이다. 음, 뭔가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였는지, 아니면 자신과 회사에 관한 이야기도 여행 가이드처럼 어느정도 객관성을 유지해야만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이렇게 공감하지 못하면서 읽어보기도 처음인 것 같다.

  몇가지 느낀점은 있다. 1. 영어로 책을 쓴 것 자체가 엄청난 프리미엄 이었다는 것. 만약 한국어도 이런 책을 썼다면, 아무리 좋은 책이었어도 성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2. 영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역시 엄청난 프리미엄 이었다는 것. 영국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나라에 비자 없이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고, 특히 가장 첫번째 영국 - 호주 도보여행이 가능했다. 호주까지 닿기만 하면 어떻게든 직장을 구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가 영국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인이었다면? 직장을 구하기는 커녕 비자도 발급받지 못하고 추방됬을 것이다. 수중에 27센트 남아있는 한국인이 어느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겠는가.

  다만, 사무실을 만들고 출판사를 어렵게 꾸려나가면서도 스스로 여행자이기를 원하며 계속하여 세계 곳곳을 두 발로 답파하는 저자의 정신은 확실히 독특했다. 출판사가 자리를 잡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도 관광이 아닌 여행하기를 멈추지 않는 그 자세는 기억해 둘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