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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 박원순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박원순 (한겨레신문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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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왜 읽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행동의 지침을 삼기 위해서"이다.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후세 까지도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인정받을 만한 일들을 나도 하기 위해서 역사를 읽는다. 투표란 형태든, 직접 공무를 담당하든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도서관에 재판 판례집과 같이 놓여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한 권의 역사책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같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역사적인 재판들에 대하여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해준다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 와 일제에 침묵했던 문인들, 마녀사냥과 빨갱이 사냥, 드레퓌스와 지식인, 필리페 페펭의 제판과 친일파 처단, D.H.로렌스의 재판과 반노, 즐거운사라 같은 외설소설 문제. 단순히 읽고, 놀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책들이다. 이런 역사를 몰랐기에 우리는 근대에 이 바보같은 재판들을 반복했던 것일까?

  또 한가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역사적 명문들의 원문을 실었다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 재판들을 다루지만 대부분은 저자의 말로 바뀌어 실린다. 이 책에서는 그 원문들을 완역으로 실었고, 사진을 곁들여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밝힘으로써 그 책임을 묻는 것도 새로왔다. 정말 주옥같은 금언들을 읽었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그렇다면 공작과 나 사이에는 나는 오늘 죽고 공작은 내일 죽는 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같은 토머스 모어의 죽음에 초연한 금언들.

  20세기의 문명 국에서 중세 마녀재판과 꼭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인류가 중세 로마인들의 문명보다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가? 글쎄. 어느 순간에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지도 모든다. PS.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 당시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피해"에 관한 "미국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반미시위와 항의가 있었고 더블린에서는 화염병 까지 날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피해"에 관한 "미군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우리 신문들은 반미시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어느것이 잘못된 것일까?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흘러간다. 세상은 변하는데 판결은 영원히 바꾸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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