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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영원한 제국 - 이인화

영원한 제국(개정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인화 (세계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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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흥미진진한 추리, 역사 소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까. 이 책은 이미 상당한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중의 한 권이고, 인정받은 책이다. 처음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었을 때와 지금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에 머리가 굵어지고 읽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좋은 역사선생님들에게 배우고, 4권의 국정 교과서와 학습만화한국사와 다른 역사관련 서적들을 많이 읽었지만, 항상 부족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조선 후기의 당쟁에 관한 부분이었다. 역사과목 전반을 굉장히 잘 설명해 주시던 선생님 조차 이 당쟁 부분에서는 사색당파의 계보의 정리와 지역구분 정도이지, 어떠한 사상적 차이가 있으며 어떠한 정치적 견해차이가 있었는지는 잘 설명해 주지 않으셨다. 그저, 상을 3년 치룰것인가, 1년 치룰것인가 같은 쓸데없는 문제로 쟁론하다 나라를 망쳤다는 식의 현대의 국회의원들의 싸움과 비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일제시대 식민통치의 정당화를 위한 이론이었다.)

  조선의 붕당은 동인과 서인으로 시작해서 다시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 식으로 끊임없이 분열해 그 수가 50여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붕당정치는 현대의 임헌군주 내각책임제에 비견될 만큼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설명하시는 분도 계셨다. 이 책은 이런 견해에 대해서도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래의 최고 문명국가가 100년도 안되 최저질 국가가 되었다" 는 식으로 붕당정치의 폐해를 철저하게 규탄하며 그 원인을 신권의 강화에서 들고 있다. "주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다.

  이 책에는 단지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자상한 붕당의 원리와 그 사상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렇게 많은 학자들, 특히 동방의 주자라 불리는 이황과 이이를 배출한 우리나라가 일제가 말했던 그런 이유없는 당파싸움만 했던 것은 아닐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 책에는 노론은 노론대로, 남인은 남인대로의 그 사상적 차이(이기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정조의 리더쉽에 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하늘의 그물을 쳐놓고 역적이 걸리기를 기다렸다"는 그 술수. 주인공은 하늘같은 성군이 그런 권모술수를 썼다는 사실에 대해 대단히 실망하며 허탈해 하지만,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주위의 수많은 적들 속에서 나였다면...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선조 같은 바보같은 왕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생 필독. 역사에 관심이 있는 기타 제위 필독.

[인상깊은구절]
사정이 이러하니 개혁을 향한 정조의 조급증이 가까운 시신들에게조차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히스테리 정도로 비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과 같은 선진국이, 정조가 죽고 노론이 정권을 농단한지 불과 100년 만에 최저질의 후진국으로 전락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리라고 감히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 인터넷 서점에 서평을 적은 것이 개정판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