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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 진중권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진중권 (개마고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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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익, 우익이란 말, 특히 전자는 "빨갱이" 후자는 "애국자"란 또다른 이름으로 각인 되어 살아온 것이 내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이었다.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이 입에 달고 다니던 한마디 "애국이야요",  내 모든 삶의 행동, 걸음을 애국 안에서 하라던 "찬송가"를 "애국조회"시간마다 하셨었다. 틀린말은 별로 없었지만...

  이게 대학교 입학 때 부터 이상해졌다. 신입생 환영회 때는 붉은 깃발과 민중가요로 시작된 "엄청난"것을 보았다. 마지막에는 "반갑습니다. XX대학교 총학생회장, 한총련 서울 대의원, 지명수배자 XXX 인사드립니다"라며 양복입은 형이 올라왔었다. 정말 착하고 술 잘먹고, 공부대신에 세상공부에 조금 더 열심인 형인데 수배중이란다. 어떤 형은 학교 다니다 말고 재입학을 해야만 했다. 친구들은 면회도 다녀오곤 했다. 공익근무 복무중에 만난 연세대 다니던 형은 또다른 경험이었다. 이 형과 이야기 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박학다식했고, 시사와 정치에 밝았다. 이 형을 통해 노무현을 알게됬고 적극적인 정치 참여란 무엇인가를 배웠다. 이 형은 연세대가 전경들과의 싸움으로 박살 날 때 그 안에 있었다.

  "레드 바이러스"란 책을 읽었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수 많은 경고들을 직접 읽지 않고는 뭐라고 판단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읽는 과정에서 전혀 문제점을 발견 할 수 없었다. 이 책의 근거들과 증언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본 다른 "사회"는 그런 곳이 아니니까 문제였다. "레드 바이러스"로 불릴만한 "친북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절대로 모두는 아니며, 그 또한 민주주의 사회안에서라면 최소한 발언의 기회는 허용되는 것이 옳다. 일본과 유럽의 국가들이 그런 것과 같이, 공산당, 사회당도 정당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모두 허용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국가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파"가 옳다, "좌파"가 옳다를 이야기하는 책은 아닌것 같다. 특히 원문들의 극히 일부만 옮겼기에 그 내용을 잘은 모르는 나로서는 (이문열의 "선택"과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만 읽었다) 읽지도 않고서 진중권 씨가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조갑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보수 극우의 말하는 방법이 틀렸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이 책의 서문에 "우파의 논리로 우파가 틀렸음을 입증하겠다"는 말이 있다. 철저히 그런 방식이다. 또 하나의 고급한 글 쓰는 방법.

  노무현이 당선되었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인터넷에는 일명 "XXX당 알바"라고 분류되는 말도 안되는 주장과 오류 투성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50,60으로 분류되는 "어린 것들이"로 모든 논리를 깨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다른 한 부류는 이른바 "우익"논리 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20,30"의 좌파적 개혁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지면을 통해서 서로 각자의 목소리가 같은 게시판에 한 줄을 차지하고 올라왔다. 내용의 가치와 논리는 하늘과 땅이었지만. 이 책은 여러가지 이유로 잡지 등에 직접 실리지 못했던 글들의 모음이다.

  인터넷 게시판과 블로그 등에서 "도데처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란 찬탄 혹은 분노가 일었던 사람이라면 필독하시기 바란다.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상대의 억지논리를 깨뜨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글이란 이렇게 쓰는 방법도 있구나. 덧붙여, 박정희란 인물에 대한 상반된 평가 속에서 그의 "인물"자체를 부정하는 글이 실려있다. 대체로 동감하지만, 경제 발전을 위한 공 까지 모두 부정 할 수 있을지. 좀더 생각해 볼 문제다. PS. 사실 조금 어렵게 느낀 것도 사실이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문장. 끊어지는 단락. 스타카토. 하지만 고급 기술이다. 인정.

[인상깊은구절]
"난 날아갈 거야."
어느 날 아기 새 한 마리가 참지 못하고 하늘로 날아올랐어요
원숭이는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난 뛰어다닐 거야."
어느 날 아기 사슴 한 마리가 네 발로뛰어 달아났어요.
원숭이는 잡으려고 했지만 소용 없었어요.
이제 아무도 원숭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