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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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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비가 매우 많이 내렸다. 난 만든지 3년이 안된 도시고속화도로를 통해 분당을 가고 있었다. 가는 길은 매우 위험했고 실제로 사고 직전까지 간적도 몇번이나 있었다. 집중호우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도로의 배수설계가 잘못되서 물웅덩이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아스팔트 포장된 고가도로위에 물웅덩이라니. 우리가 엊그제 만들길이 2000년전 로마인이 만든 길 만도 못하다고 느꼈다. 내 손에는 로마인이야기 10권이 들려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몇권을 제외한 시오노 나나미 할머니(난 이 표현을 가장 좋아한다)의 책을 읽어왔지만, 이번 서문은 읽기 전에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로마의 인프라 전반을 다룬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다. 그래서 내가 시작하는데, 해보니 이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훌륭하게 나왔다. 대단했다. 불가능하다던 책이 나왔다. 로마가 생긴지 2500년 만에 처음으로 인프라 전반을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다. 그리고 이번 10권은 시오노나나미의 걱정과는 반대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중에 하나이다.

  다른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로마인 이야기" 와 "바다의 도시이야기" "전쟁 3부작" 으로 대표되는 시오노나나미의 책에서 내가 배운것은 카이사르의 신나는 전쟁도 아니고, 아우구스투스의 팍스 로마나 확립도 아니다. 트라야누스 황제의 영토확장과 대승리도 아니고 한니발과 로마의 대혈투도 아니었다.

  내가 이 책들에서 배운것은 "정치란 무엇인가" 이다. 왜 정치를 하고 그 정치는 무엇을 하는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왜 정치인이 국가의 권력을 잡으려 하고 어떤 정치인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바쁜 반면에 어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맨 앞에 서서 국가의 운명을 건 일대일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어떤 정치인은 흰 갑옷이 적의 피로 붉게 물들때 까지 싸웠으며 어떤 정치인은 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로금 한푼 받지 않았는가?

  로마인은 정치를 "모든 시민이 인간답게 살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가도를 만들어 안전보장과 물자의 소통을 가능케 했고, 모든 시민은 40m도 되지 않는 곳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며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맺음말에 시오노나나미는 오늘날 선진국에는 이러한 인프라 스트럭쳐가 잘 갖춰져 있지만 후진국에는 왜 그렇지 못한가 란 질문을 한다. 그 이유를 내가 답해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도 아니요, 국축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해서도 아니다. 평화가 계속되지 않기 때문도 아니다.

  이유는 그들이 "로마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권을 차지 하고서 정복자를 위해서 길과 수도를 만드는 로마인. 역사상 두번 다시 없을 코스모폴리탄. 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 나라의 황제가 되고 대통령이되고 원로원 의원이 되어 법을 제안하고 국회의원이 되어 법률을 제안하는 일은 신나는 일이다.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좀더 "인간다운"삶을 살수 있다. 그 법률에 로마시대처럼 "지그프리드 법" 이란 이름이 붙지 않더라도 그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 아닌가? 왜들 싸우는지 모르겠다. 책좀 보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