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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손자병법과 21세기 - 박재희

손자병법과 21세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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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박재희 (EBS한국교육방송공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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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책들을 읽을 때, 종종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저자는 뭔가 심오한 이론을 실컨 설명하는데 나는 마치 외국어를 듣는다고 느낄때가 있는 것이다. 일례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하지만 전혀 와닿지 않는다. 그러다, "포스트모더니즘과 건축"이라는 글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건축물 사진 몇장을 보니 "아 이거구나" 라는 감이 잡혔던 기억이 있다.

  공대생이라 그런지, 난 구체적인 실례, 예화없이 이야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구체적인 예화를 들어 글쓰기를 매우 좋아한다. 그런면에서 이책은 100점이다.

  손자병법이라면, 중학교때 삼국지 게임에 한참 빠져있었을 때 좀더 나은 전략을 세워보겠다고 도서관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만화로 그려진, 손자병법의 한구절 한구절을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로 보여주는 전쟁사에 가까운 손자병법이었다. 그때는 구체적인 전술(학익진 같은)이 안나온다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또 한가지 느낌은 병법이 단지 전술만을 다루지는 않는구나. 오히려 전략과 전체를 보는 법이 더 많았다.

  박재희 박사의 이 책은 손자병법을 매우 쉽게, 그러면서 분명하게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고 있다. 과거 전쟁에서 "지지않는"법으로 서의 병법을 현대에는 처세술, 경영철학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그 글이 매우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유가, 도가를 명분론으로 본다면 손자병법은 실용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같은 상황에 대한 유가적 입장과 손가적 입장을 설명하는 부분이 좋았다. 단지 손자병법 만이 아니라 제자백가 사상 전체의 의의와 내용을 설명하는 비교철학(맞나?) 적인 내용이 좋았다.

  서문에 도올에 대한 인물평에서 "버터를 우리말로 번역할때는 고추장으로 해야한다는 그의 일갈에 민망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고 했는데, 이책에는 그런 식으로 쉽게 번역한 부분이 많이있다. 한문의 국역에관한 어떤 지식은 없지만, 읽는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식의 번역과 설명은 도움이 많이 된다.

세상의 모든 인문학 책이 이렇게 쉽고 명쾌하게 쓰려진다면 공부하기 참 쉬울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