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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악역맡은 자의 슬픔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홍세화 (한겨레신문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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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인가? 헌법 상에는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되어있지만 정말 그런가? 이 질문에 대한 홍세화의 대답은 "우리 나라는 정치적으로 사회귀족에의한 과두정이며 경제적으로 국가에 의한 기업 위주의 계획경제라고 이야기한다. 그에대하여 지식인들은 마땅히 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걷지 못하며 피흘리지 않고 있고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데로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극우에 편중되어 있기에 다른 정치문제들 - 철새, 지역주의, 정책부재, 과거 폭로전 등 - 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사회를 기준으로 우리 사회를 본다면 - 프랑스 사회를 기준으로 본다 보다는 세계 기준이란 말로 바꿔도 무방하겠지만 - 스스로 보수로 자임하는 한나라당, 조선일보 등은 보수보다 훨씬 오른 쪽의 극우임에 틀림없다. 극우를 극우라 하지 못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우리 국민들의 성향 조사에서 스스로를 온건 개혁이라 한다는 조사가 가장 많지만 조선일보를 200만 부씩 찍어내고 1등 신문을 만드는 국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개혁적인지는 모르겠다. 진짜 보수라 불릴 사람들은 유시민씨의 열린우리당 정도일까. 그의 책에서 그는 누구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과 한계, 그리고 그 장점과 최선의 선택임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극우들의 눈에는 자기보다 한참 왼쪽의 빨갱이로 보이겠지만 실재로는 그야말로 온건 보수다. 개혁 세력은 민주노농당이고.

  교육의 부재, 정책의 부재, 정치의 부재, 사상의 부재... 부재, 부재, 부재...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에 왜이리 없는게 많은건지. 과연 이 나라에 희망을 둬도 되는 건지란 질문을 하게 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불온서적 취급하는 극우의 나라에서 어떤 발전적 토론과 진보적 사상을 기대할 수 있는가?

  최근 난 세 명의 지식인을 또 잃었다. 하나는 이문열, 또 하나는 송자, 마지막으로 이원복씨다. 앞의 둘은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실체를 알아버렸고, 이원복씨는 그의 최근 책을 통해서 그의 편협성에 질려버렸다. 그 자리는 유시민씨와 홍세화 씨가 대신 채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은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을 만큼 넓은 농경지가 있는 농업 대국이고 또한 경제 대국이다. 우리는 일제와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너무 많은 지식인들을 잃어야 했던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김구 선생이 암살 된 것이 그 시작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가 갖는 가치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고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보수가 갖는 가치는 민주주의 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인 것 같다. 그 기득권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나온 정당성이 아니라, 친일파로부터 이어져 나온 불의(不義)의 유산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반공, 반북, 친미 그리고 경제발전을 기치로 이 기득권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해 왔지만, 21세기에는 더이상 이러한 구호에 국민들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인정하지 않아야 할텐데, 현재 이명박 정권의 탕생에서 보듯이, 여전히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