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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88만원 세대 - 우석훈

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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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이만큼 시원하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떤 부분은 보충자료를 넣어주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공감 댓글을 달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반박을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읽는 동안 보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다녔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고, 우리 식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그냥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이건 아니야. 책을 읽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공감과 감탄이 있었던지. 이 책은 최고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 20대 세대가 비정규직의 대표명사인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일을 세대간 경쟁으로 결론 내리며 그 해결책으로 윗 세대의 양보 - 와 그를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 위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고 과격한 문구로 시작하고, 책의 첫 장은 섹스 문제를 화두로 삼는 등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의 20대 세대는 바리케이드도, 짱돌을 들 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모세대의 양보와 합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만큼 무기력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이 20대들의 최대 약점일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반부를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경제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그냥 쉽게 쓸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일텐데, 한번 읽고 쓰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쪽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책의 주제를 내 관점에서 요약하면, "내가 올해 30이 되었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갔는가? 그것은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만큼 충분히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혼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1.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고, 2.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20대가 세대간 경쟁에서 아버지 세대와 386세대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 세대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을 세대별로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와 전쟁 경험한 할아버지 세대, 그 이후 유신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신세대 (40~50대), 전두환 정권 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들었던, 개혁세대라 불리는 386세대 (30-40대) 그리고 그 이후 IMF 시대에 대학을 다닌 20대 88만원 세대, 마지막으로 더 어린, 사교육에 인질로 잡혀있는 10대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386세대 인데,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지 았은 유일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첫번째 세대이고, 개혁적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 땅의 20대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넣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적인 행동과 위선적인 정책 -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난 5년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 밖에없게 되었다.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10대들, 다음 세대를 인질로 잡히는 최악의 인질극이다. 부모 세대는 교육비라는 막대한 몸값에 저장잡히고, 20대는 그 자녀들의 교육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해서 결혼을 늦춘다. 사교육을 받는 본인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점점더 멍청해 지고, 무기력해져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능력도 없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칠 의지도, 분노도 없다. 그냥 윗세대의 노예로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순종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향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 그 아버지들과 같이 지역정당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몇십만명의 젊은이들이 매달려있고, 국가의 역동성은 사라져 버렸다. 

 

 세대간의 경쟁이 벌어지면 20대는 이길 수 없다. 윗 세대들은 연공서열과 안정된 직장을 다녔지만 그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것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버지의 수입을 나눠주는 방식, 일자리를 나눠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를 위한 정책들은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방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니면, 이 땅을 떠나는 방법도 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고 있고.

 

 내 구체적인 경험들과 사례들을 추가하고 싶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이 깨어나고 변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