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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촐라체 (Cholatse) - 박범신

촐라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범신 (푸른숲,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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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필력의 힘을 세삼 느꼈다고 할까.  정말 글을 잘 썼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고 할까. 소설을 읽어 나가는 중에 몇몇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그 문장 자체에 감동이 되었다. "눈이 나를 대신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같은 글을 창작해 내는 것이 작가의 힘이리라.

  촐라체 정상, 그 너머에는 무었이 있었을까? 정산까지 등산 해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되는 나로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무한한 동경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그 신의 영역에 올라가는 산악인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한고는 할 수 없다. 난 그 비슷한 경지도 겪어 본적이 없을 뿐더러 모험을 하는 것은 더욱 체질에 안맞는 사람이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말에는 일정부분 공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도전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거는 생사의 기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있었다.

  상민, 영교 형제는 산을 내려오면서 까지 아직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글 속의 화자인 "캠프지기"도 마찬가지다. 산으로 들어간 아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촐라체 그 신의 영역을 체험한 사람들은 다 그렇듯이, 앞을 보면서도 뒤에 있는 촐라체를 느낀다. 산 정에서 어떤 미지의 풍광을 본 것이 아니라 하얗게, 온통 하얀 설맹이 된 것 같은 풍광을 봤을 뿐이지만 그들이 허무해 하지 않는 것은 극한의 영역에서 죽음의 찰나를 공유하는 경험이 그 어떤 대화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탐험가들과 산악인들이 목숨을 걸고 산을 찾는 것이리라. 그 신의 영역에서의 신비체험을 위해서.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