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새학기고, 기업들의 취업 설명회 시즌이다. 조금 더 있으면 신입사원 채용이 있을 것이고, 필기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기술 면접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채용과정을 통과해 신입사원이 된다면, 회사에서 직무 적응을 위한 이른바 "신입사원 세미나" 준비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이게 일반적인 IT 관련 회사의 모습이다. 

● IT 관련 세미나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라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IT관련 신기술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관련된 최신 자료는 당연히 영어로 되어있다. 독해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독해한 내용을 이해하고 요약정리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둘째로, 간혹 번역된 자료를 찾는다 하더라도, 오역되거나, 문장의 앞뒤가 안맞는 경우가 종종있다. 심지어, 번역하는 기간 (짧게는 1달, 길게는 1년 이상)  사이에 스펙이나 컨셉이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셋째로, 공대생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이 아는 바를 명쾌하게 발표하는 것이 어렵다. 아는 것을 쭈욱 나열하는 것은 잘하지만, 열심히 준비한만큼, 나열할 것도 많아 스토리가 없는 이야기가 되기 쉽다. 특히, 자신은 열심히 공부해서 잘 아는 내용을 IT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풀어 설명하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4학년 때 모의면접 시험장에서 졸업작품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 질문에 우리과 탑이던 학생의 대답이, "802.16 WAVE 관련 프로토콜 에뮬레이터를 제작했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다. "그게 뭔가요?" 라는 면접관에 질문에 WAVE 란 단어를 반복하며 자신이 한 일을 설명했는데, 졸업작품을 같이 했던 네 명 외에는 강의실 안에서 그 설명을 알아들었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 이번에 신기술 관련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알게된 몇가지 팁을 공유하려 한다. 전통적인 방법도 있고, 새로운 방법도 있다. 모쪼록 기술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선배들 앞에서 세미나 준비하느라 밤을 지새고 있을 신입사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기본은 책. 세권 이상 읽어라  
 

  세미나를 준비하게 되는 내용은, 보통은 책이 한 두권은 나온 상태일 것이다. 그 책이 번역본일 수도 있고, 아직 원서 밖에 안나온 경우도 있겠지만, 책이 기본이다. 스펙문서를 책의 저자가 한번 정리를 해서 책으로 엮은 것이기 때문에, 나름의 스토리를 잡기가 편리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공부를 할 때, 서로 다른 저자가 쓴 같은 분야의 책을 여러권 읽는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 의 방법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에 보면, 그는 새로운 탐구대상이 정해지면 책을 3m, 혹은 30만엔 어치 읽는 다고 한다. 그렇게 어떤 분야의 책을 여러권 읽다 보면 각각의 책 마다 중복되는 내용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부분이 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란 뜻이다. 그럼, 다시 그 중요한 부분에 대해 심화 설명한 책을 찾아 읽어가는 방식이 다치바다 다카시가 연구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그와 관련된 책을 여러권 읽어보면 그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2. 책의 내용을 스펙 문서에서 확인하라
 

  앞서 말했듯이, 책은 출간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원서라 하더라도 현재 최신 스펙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안드로이드 같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분야의 경우 몇달 사이에 새 버전이 나오면서 기존 API가 완전히 달라지거나 쓸모없는 내용이 되버리는 경우도 있다. 연구하는 분야가 신기술, 살아 움직이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것이라면 반드시 최신 스펙문서와 책에서 참고한 스펙문서와의 차이점을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을 간과했다가는 세미나나 기술면접 자리에서 바보될 수도 있다. 

   3. 영문판 위키피디아 (Wikipedia) 를 활용하라 
 

  반드시, 영문판 위키피디아를 활용하라. 한글판은 안된다. 가장 큰 이유는 한글판은 영문판에 비하여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다. 가장 한국적인 주제라고 할 수 있는 "화차 - 신기전" 에 관한 내용도 영문판 위키피디아의 내용이 한글판을 압도한다. (직접 확인해 보기 바란다. 깜짝 놀랄 것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IT 신기술에 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어떤 내용에 있어서는 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위키피디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이런 경우 2번을 믿는 편이 좋다. 위키피디아는 시간이 없을 때, 특정 용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요점을 파악하고, 연관된 다른 기술분야를 빠르게 탐색하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경험상 "발표자료용 스토리"를 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내용을 골라내는 것은 1번의 방법이 기본이다. 


★★ 여기부터는 중요체크 ★★


   4. 다른 사람의 세미나를 들어라  
 

  구글을 검색해 보면, 특히 IT 분야의 경우, 다른 사람이 관련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나 프레젠테이션을 한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 (https://www.youtube.com), 비메오 (http://www.vimeo.com), TED (http://www.ted.com/) 등이 유명한데, 기술적인 자료는 TED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소스가 어디이던 간에, 구글 검색하면 다 나온다. 

  이곳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의 세미나를 들어라. 간혹 MC 스나이퍼 저리가라 할 정도의 속사포 랩을 구사하는 사람도 있고, 알아듣기 어려운 인도식 영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왠만하면 알아들을 만은 하다. 영어를 완전히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발표자료와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 강조하는 부분, 발표 스킬과 눈을 끄는 자료와 사진, Demo 등은 충분히 구할 수 있다. 부장님 이하 모든 사람을 자게 만들 뻔한 세미나를 모든 사람이 유쾌하게 웃으며 듣는 세미나로 바꿀 수도 있다. 자료, 비유, 데모 만 건져도 성공이다. 

  기술면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슬라이드나 참고자료, 데모는 따오지 못하겠지만, 발표 주제에 대한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이미 들어본 주제에 대한 "아는 척" 하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 

   5. 다른 사람의 슬라이드를 참고하라  
 

  참 고맙게도, 세미나 동영상 외에 슬라이드와 핵심 내용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있다. 슬라이드쉐어 (http://www.slideshare.net/) 이 그곳이다. 간단한 회원 가입만으로 기술 세미나 관련 슬라이드를 다운 받을 수 있다. 그말은 곧, 뛰어난 이미지, 그래프, 소스코드 (PPT용으로 캡춰된 것이지만) 등을 내 세미나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4번 못지 않게 귀중한 자료들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슬라이드와 함께 했던 발표내용은 좀 단편적인 요약밖에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6. 결국, 영어다.  
 

  불행히도, 최신 자료는 영어로 되어있다. 참고할 만한 세미나도, 발표자료도 영어로 되어있다. 영어가 안되면 모든게 그림의 떡이다. 

  공대생이라면, TOEIC 점수에 매달리기 전에, 원서와 씨름하고 매달려라. 스펙문서, 기술자료, 최신 트렌드 관련된 블로그 포스팅 하나라도 더 보고, 직접 번역도 해봐라. 공대 1, 2 학년 때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읶히는 것 보다영어능력 향상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신기술 나오면 자신이 공부하지 않은 분야로 갈야타는 일도 빈번하지만, 영어는 죽을 때까지 쓰는 거고, 신기술 나오면 더 절실해 지는 것이 영어다. 스펙 보다다, 책 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저자에게 직접 문의 메일을 쓸 수 있는 수준의 영어는 갖춰놓으면 좋겠다. 

   7. 세미나, 기술면접도 스토리가 필요하다
 

  사실, 이 포스팅을 시작한 것은 4번, 5번 관련된 조언을 하고 싶어 포스팅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기본은 책이다. 책을 읽고 듣는 세미나와 그냥 듣는 세미나는 천지차이다. 참고는 하되, 결국 자기 세미나를 자기 스토리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다. 

  세미나던 기술면접이던간에,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이야기"하는 것이고 "이야기"는 기승전결을 갖춘 스토리가 필요하다. 세미나와 면접은 주로 두괄식으로 주제를 먼저 이야기 하고 설명해 나가는 방식이 되겠지만, "왜" 이런 기술이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배경(기)부터 어떻게 진행되어 왔고 (승) 현재 어떤 문제점, 난관이 있으며 (전),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되어 나갈 것이다 (결) 는 한편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IT 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다. iPhone 이전에 iOS가 있었고, 피쳐폰 시장이 있었다. 모든 것은 기승전결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서사구조를 갖춘 이야기를 할 때에 세미나던 기술면접이던 사람들이 집중해서 듣는 발표를 할 수 있다. 

  발표 자료 양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뺄건 빼고 자신의 이야기만 남겨라. 나머지는 "다음에 새로운 주제로 발표하겠다" 거나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이 자료를 참고하라" 고 레퍼런스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공대생의 욕심이 화를 불러온다. 기술면접도 마찬가지다. 거짓말만 안하면 된다. 아는 것을 설명하는 기술을 보는 것이지, 모든걸 다 아는 사람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 몇년 만에 세미나 준비를 하다보니 나름 노하우가 많이 생겨있다는 것을 느껴서 포스팅을 합니다. 후배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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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5 21:4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크게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졸업을 1여년 앞두고 딱히 스펙이라 할 만한 것들은 갖췄는데,
    부끄러운 영어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스펙이 갖춰졌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 같아
    수개월째 지구 반대편까지 건너와서 어학연수를 나와있네요.

    그런게 영어 공부를 하면서 한번씩 영화나 드라마 영자막 번역을 하며 느낀바로는...
    한국어 공부도 만만치 않게 해야할 듯 합니다. :)
    • 2011.03.06 08:06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물론, 내용을 "번역" 하려면 한국어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한국어 는 어미변화가 풍부해서, 정말 쉽지 않은 말이지요. 제 블로그에도 조엘 온 소프트웨어 블로그의 글을 번역한 것들이 좀 있습니다.

      다행히 IT 필드에서는 굳이 번역하지 않고 원어 그대로 써는 편이 더 이해하기 좋은 편이기 때문에, 약간은 더 쉬운 편입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을 캐치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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