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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about the Justice

참여연대 UN 안보리 리포트에 붙여 - 우리는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

   참여연대의 천안함 이슈리포트 안보리 제출에 붙여   

1. 참여연대가 자체 발간했던 천안함 이슈 리포트의 영문판을 UN 안보리에 전달한 것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보수단체들과 정부관계자들은 이적행위라고 맹비난을 하고 나섰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이들이 죄를 버는가?"란 생각을 했다. 굉장히 위험한 정부와 굉장히 민감한 시국에서 스스로 목에 밧줄을 거는 것과 같은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용기 혹은 만용. 그도 아니면 자폭에 가까운 행동이다.

2. 관련해서 블로그와 아고라를 살피던 중,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들먹이는 글을 보았다. 글 쓰신 분의 요지는, 로젠버그 부부 사건이 유죄(사건 당시)  - 무죄 (1990년대 초) - 유죄 (소련 붕괴 후, 비밀자료가 공개되면서) 로, 결국 그들은 유죄가 맞았다고 하면서, 천안함 사건의 의혹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통일 이후 북한의 비밀자료들이 오픈 되었을 때, 북한의 소행임이 명명백백해지면 과연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라고 묻고 있었다.

3. 로젠버그 부부 사건은 그동안 많은 근현대사 역사책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의 대표적인 예로 알려진 사건이다. 프랑스의 드레퓌스 재판과 함께 가장 유명한 사건이 아닐까 싶다. 다른점이 있다면, 드레퓌스 사건은 무죄로 결론이 났지만, 로젠버그 사건은 무죄가 다시 유죄로 뒤집어진 사건이다. 교황청까지 나서서 구명운동을 했던 사건이 사실은 진짜 스파이를 옹호했던 잘못된 일로 결론이 났다는 점이다.

4. 역사책에는 - 세계사, 국사를 막론하고 - 대중여론에 의한 잘못된 판단의 기록이 나온다. 앞서 예를 든 드레퓌스 사건과 로젠버그 부부사건 외에도, 토마스 모어의 처형,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수지 김 간첩사건, 인혁당 사건, 만주사태, 운요호 사건, 통킹만 사건, 광주민주항쟁, 이라크 전쟁 등등. 얼른 얘를 들어도 10여건이고, 자세히 찾으면 수 십건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항상 힘있는 자에 의해 그럴 듯하게 꾸며졌지만, 장구한 인류의 역사에서 한 걸음에 불과한 시간만 떨어져서 다시 바라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기도 했고, 또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다시 결론이 달라지기도 했다. 너무나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면서도, 또 그런 거짓말을 비이성적인 판단과 근거를 가지고 믿는 사람들, 더 나아가 한줌 스러질 것 같은 근거로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벌여온 사람들의 역사를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5. 그리고 마치 그런 일을 들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또 다시 저지른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 
 

6. 우리는 역사로부터 무엇을 배우는가? 우리는 인류가 진보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참여연대는 에밀 졸라가 될 것인가, 아니면 로젠버그 부부를 옹호했던 교황이 될 것인가.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가 정답이 아닐까. 역사가 그랬듯이, 우리는 한 걸음 물러나 차분하게 다시 사건을 바라볼 때야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시점에서는 우리가 "맹신"과 "거짓"을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합조단의 증거를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자세로 관찰하고, 그 반대되는 주장도 신중하게 들어봐야 한다. 드레퓌스가 살아 돌아왔을 때, 그를 비난 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또 로젠버그 부부가 결국 간첩으로 밝혀졋을 때, 그들을 옹호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큰 후회를 했을까?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증거와 자료들을 부끄럽지 않은 이성으로 관찰하고 또 관찰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의심을 막아서는 안된다.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마녀사냥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믿음이 연약한 자를 너희가 받되 그의 의견을 비판하지 말라 (로마서 14장 1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