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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 about IT & Job

회사는 우수한 인재를 원하지 않는가?

  요즘들어 부쩍 팀에 급박한 일정이 늘어났다.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일정을 막무가내로 당기고 있는데, 이건 개발을 하자는 건지 실패를 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S/W 공학의 사실과 오해"에 나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개발에 관해서 가장 모르는 사람이 일정을 잡는다는 말 말이다. 주로 회사의 경영쪽 사장님이나 영업 담당자들의 입김이 들어갈 때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작금의 사태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곰곰히 뒤를 돌아봤다. 올해들어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연봉은 작년과 동일하게 동결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0% 이상 줄었다. 각종 수당과 성과급이 이런 저런 이유로 삭감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헤봤다. "지금과 같은 수준의 연봉이었다면 이 회사에 입사를 결정했을까?" 대답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다" 이다. 난 대학교 4학년 4월에 입사 확정되고 다른 회사는 쳐다도 안보고 입사를 했다. 내 또래에서, 입사 지원서 딱 한장 써봤고 면접 딱 한번 해봤다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이런 얘기 하면 똘아이 보듯이 본다.

  이런 결정을 내렸던데는 무엇보다 연봉 수준이 마음에 들었고, 둘째로 일의 역동성 - 100일동안 집에 못들어가서 여자친구에게 차였다던가, 일년의 절반을 출장으로 나가있다가 들어오니 변기 물이 다 말라있었다 등의 전설들 - 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에 와서, 이 조건들이 경력이 쌓이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줄어들고 있다.

  조엘 온 소프트웨어에서 말하는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는 "경쟁력 있는 월급" 이다. 아무리 채용시장이 얼어붙고, 취직이 어렵다고 해도, 상위 1%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그 1%는 실제로 30%이상의 회사에 복수 합격한 사람들이다. 내 입사 동기중에는 서울의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왔지만, 우리 회사 외에 S ,P, K 같은 쟁쟁한 회사에 모두 합격한 친구도 있었다.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람 뽑기가 쉬워도, 똑똑한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보다는 경쟁력있는 조건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기가 않좋다는 이유로 피부에 와닿는 부분을 줄일 때 직원들은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야근수당, 특근수당, 출장수당 같은 비용적인 부분들과 식대지원, 경조사 지원 같은 부분들에 손을 대면 회사에 대한 신뢰도에 큰 상처를 받는다. 법을 준수하고, 직원을 정말로 가족같이 생각하는 회사라는 생각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다. 개발자에게 좋은 컴퓨터 지급을 미루는 것은 "시간으로 때워"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취업 대란이라는 말, 회사 입장에서는 대단히 좋은 기회처럼 보이겠지만 - 대통령부터 나서서 신입사원들 연봉 깎으라는 망발을 해대니 말이다 - 우수인재는 한정되어 있고, 결국 채용은 이 한정된 우수인재를 두고 더 많은 회사들이 벌이는 싸움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직원들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결국 고만고만한 평범한 사람들만 꾸역꾸역 모여들 뿐이다. 개발자는 특히 더하다. 조금만 이 쪽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똑똑한 사람 7명이 300의 직원과 30명의 과장이 있는 팀 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낼 수있다는 사실을 잘 알것이다.

  아하.. 간만에 무료봉사를 하니 별생각이 다드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