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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 about IT & Job

악역을 맡은 나의 슬픔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인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상부에서 결정한 것이지만, 맨먼스 미신의 신봉자로써, 이번에도 결과는 별로 좋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더 일이 빨리 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에 문제만 있을 것 같은데...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는 없다. 

  사실, 협력업체분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과, 평소에 하던 일을 하던 사람이 투입되서 일을 하는 것은 속도와 효율에 차이가 클 수 밖에 없다. 작업결과에 대한 머지는 결국 내일이 될 것이고... 나중에 정말 급한 문제가 생기면 또 내가 수정하게 될 것이고... 인력을 이런식으로 투입한다고 더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 다는건 이미 수없이 많은 프로젝트에서 증명된 명제 아닌가. 이러니 IT가 아니고 제조업이라고 자꾸 투덜대는 일이 생긱는거다.

  위에서 야근 시키면 열라 짜증내던 난데, 이젠 야근을 강요하고 강제하는 입장이 되버리는 거다. 참 불합리한건데, 장비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 일 시키는데만 일주일 가까이 딜레이가 된거다. 시뮬레이터도 없어서, 다운 받아가면서 확인하면 작업이 얼마나 비효율 적인지 알면서도 "몇일 까지 하라고 팍팍 쫘요" 라고 위에서 날 쪼는데, 참. 이건 아닌데...  그러잖아도 "하청은 IT의 막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미안하게도 거기에 내가 일조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언젠가는, 나도 과장이되고 (잘하면) 부장이 되서 개발에서 손 떼고 인력관리에 집중하라는 압박을 받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된다. "우리팀은 애자일 방식으로 8시간 근무 철저히 준수하고, 매일 스크럼 하고 코딩은 반드시 패어로 합니다" 라고 말하고 팀을 운영한다면, 위에서는 "왜 니네팀은 다른 팀 다 남아있는데 집에 가냐?" 는 질문을 받을테고 밑에 사람들한테는 "일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무슨 놈의 스크럼이냐"  혹은 "둘이 나눠 짜도 다 못하는데 언제 둘이 같이 짜고 있냐" 같은 말을 들을 것 같아서 그렇다. 그럼 난 뭐라고 둘러대야 하지?

  아니면, 그냥 내 선배들이 그랬던 것 처럼 나도 짜증나는 또 한명의 과장이 되는 것이 필연인가... (바둑에서 말하는 필연 말이다. 이 행마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국면같은...)

  아 이런일 하기 정말 싫은데... 정말 싫은데... 그냥 내가 야근하고 말지. 이건 정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