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Non IT

개밥바라기 별 - 황석영

개밥바라기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황석영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작가 황석영의 이야기는 최근에 작가가 출연한 "무릎팍 도사"에서 들어서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학생 시절에 4.19를 겪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하다가 연행된 경험도 있다는 이야기 들이었다. 물론 그의 별명 "황구라" 처럼 작가가 방송에서 한 말을 100% 다 믿기는 좀 어려운 구석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스펙타클"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슬픔이 있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쉽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이 한권 더 있다. 이문열 씨의 "젊은 날의 초상" 과 이외수 선생님의 "훈장" 이다. 셋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각각 지향하는 바가 상이하다. 친북좌파, 보수우파, 그리고 인간주의자. 황석영은 고등학교의 제도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살아남기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이문열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세상으로 뛰쳐나간다. 이외수는 미친개라 불리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비참한 아버지를 비극적으로 잃지만 그의 젊은 날은 사랑과 감성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을 때는 대학생이란 이런 고뇌와 성찰을 갖고 살야하 한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대학와서 술에 찌들어 북한을 이상하게 동경하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환상이 깨져버렸지만, 고등학교 내내 젊은 날의 초상은 내게 대학생활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했었다. 훈장에서 자기 방이 너무 깨끗하다며 종이를 찢어 훝뿌리는 장면을 읽고는 이런 감수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동경이었다. 개밥바라기 별을 읽는 동안에는, 내 고등학교 생활을 생각했다. 같은 고등학생인데, 황석영의 시대를 살아간 고등학생들은 어찌 이리 어른스러운지. 우리 시대를 사는 고등학생들이 학원과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해외로 수학여행가는게 흔해질만큼 물질의 풍요를 즐기지만 그들에게는 인간으로써의 삶은 결여되어 있다. 나 또한 그랬고.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잠자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고등학생들은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의 흐름에 넋을 잃고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난 그때 뭐하고 있었지 란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고등학생이라면 이 책과 함께 젊은 날의 초상과 훈장(과 들개) 정도는 읽어봐야 하겠다. 잠 대신 삶을 택하고 싶다면 말이다.

 
※ 좌파 앞에 "친북" 붙이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좌파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단지 김정일 일인 독재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석영 선생임의 경우, 단지 자파 만이 아니라, 북한을 자의로 방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북을 붙였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친북 과 좌파는 결코 동일단어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상할 뿐이다. 이것도 분단의 아픔이고, 보수측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생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난 정치적으로는 좌파지만, 북한은 열라 싫어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