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hink about the Justice

유언비어를 대하는 바른 자세 - 전기통신기본법 위헌판결을 환영하며

● 미네르바 구속과 관련하여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있었다. 참 오래간만에 행복한 뉴스가 나왔다. 어떻게 보면, "눈은 하늘에서 내린다" 는 지극히 당연한 일에 기뻐하는 것이 우습기까지 하다. 

● 정부여당은 즉각적으로 대체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어떠한 방향으로 대체입법이 추진될 지는 모르겠지만,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헌재의 판결에 맞는 대체입법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국익" 이라는 말의 모호함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실례로, "통킹만 사건" 을 드러낸 것을 보수적인 미국인들은 국익에 반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 사회를 혼란케 할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정말 필요한 것은 대체입법이 아니라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정부에게는 공영방송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다. 기자회견과 대국민담화 같은 강력한 수단은 이미 마련이 되어 있다. 정부 공식 트위터나 블로그 같은 현대적인 통신 수단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백약, 백법, 백가지 규제와 처벌이 쓸모없게 될 것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신뢰받는 정부, 신뢰받는 정당, 신뢰받는 정치인이지, 몇줄짜리 법률안이 아니다. 

● 미네르바 박대성 씨의 주장에 따르면, 유언비어라고 알려졌던 자신의 주장내용에 대하여 재판과정에서 내용 자체가 사실임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에 관한 내용)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미네르바 사건과 관련된 정말 큰 이슈는, 박대성 씨의 글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부의 발표보다 한낱 익명의 인터넷 논객의 주장을 더 신뢰했고, 신뢰할 만 하다고 믿었다는데 있다. 당시 경찰에서 조사해서 발표한 박대성씨의 양력대로라면, 정부는 공고, 전문대를 나온 30대 무직남의 주장보다도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을 발표했다는 얘기다. 익명의 인터넷 논객 > 정부공식발표 이 상황에서 정부가 무슨 힘을 쓸 수 있겠는가.
전문가와 학자들까지 나서서 정부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미국산 소 수입문제와 천안함 사태는 더 심각했다. 

● 정부가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사기열전 의 "상앙" 의 고사가 잘 알려주고 있다. 남문 밖에 있는 막대기를 옮기는 자에게 상을 주겠다고 공표하고, 법을 지키는 자에게 상금을 지급하여 법이 틀림 없음을 보였다. 태자가 법을 어겼을 때, 태자의 스승의 목을 베어 법에 예외가 없음을 보였다. 정부의 신뢰가 회복된다면, 어떤 유언비어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법을 만들려거든 정부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제정되어야지, 어떻게든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는 법은 의미가 없다. 또 다른 미네르바를 탄생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