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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sip about IT & Job

극한직업 - IT는 어떨까?

  요즘 케이블에서 자주 보게되는 프로그램 중에 하나가 EBS에서 제작한 "극한직업" 이다. 대부분이 블루워커 일들이고 - 외과의사 도 있기는 했지만 - 특히 배 타는 어부들의 일이 자주 나온다. 막장보다 배 타는 것이 더 힘들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세상에 힘들일이 정말 많지만, 도둑질이나 강도짓 안하고 자기 힘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이 풍요롭고, 우리가 꼭 필요로하는 1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중, 고등학생들이 볼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제주도 갈치잡이 어선의 이야기가 나왔다. 거의 잠을 못자며 밥먹을 시간도 없이, 비와 바람을 뚥고 조업을 하는 어부들을 보면서, 저렇게도 일을 하는구나, 저렇게도 배를 타는구나 란 생각을 한다. 내가 저 자리에 서서 일하는 모습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입이 되지를 않는다.

  IT쪽의 일이 힘들다는 일을 많이 한다. 잔특근은 당연한 일이고, 월급은 적고,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30대 후반만 되도 관리직으로 전환을 준비해야 하고 , 미래는 불안정하다는 등이 IT가 힘든 이유로 꼽힌다. 프로젝트 막판이 되면 회사에서 일주일에서 한달 정도 철야하는 일은 당연한거고, 더 작은 회사들은 아얘 1년 12달 365일 회사에 출근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내시경과 디스크 검사를 위한 MRI가 유행이라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한다. 심지어, 영국 EA에서도 우리 못지않은 험악한 근로조건 때문에, 한 프로그래머의 여자친구가 블로그에 올린 비난 글 한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다.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 볼때, 배 타는 것보다 더 힘들지는 않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육체적 근로 조건은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잔특근비는 줄어도 휴가는 좀 더 늘어나고, 관리자들도 휴가에 관해서는 조금씩 관대해지고 있다는 것을 매년 느낀다. 매년 근로조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우리 회사만 좋아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

  그럼에도, 여전히 IT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배를 타시는 분들은 30년, 40년도 타신다. 자신이 스스로 내리기 전에는 내리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 극한직업 프로그램에 나오시는 분들도, 선장님들은 30년 이상의 경력자시고, 선원 분들도 그에 못지 않은 기간 배를 타신 분들이다. 그럼, IT는 어떨까? 솔직히, 입사할 때 부터 15년을 버티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 같아서는, 10년 이상 개발을 하는 것이 목표다. 관리직으로 넘어가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텐데, 과연 그런 내 욕심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더 어려운 것은, 발전하지 못하고 가진 것을 빼앗기기만 한다는 느낌이 다는 것이다. 의사는 수술을 할 수록 자신의 기술이 느는 것을 느낄 것이다. 요리사도, 도공도, 하다못해 이삿짐을 나르는 분들도 경력이 쌓이면 쌓일 수록 자신이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포지션에서 이런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 입사 1년차때 내가 하던 일이나 4년차때 하는 일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인 것 같다. 마치, 덤벨을 계속해서 다는데도 불구하고 알통이 생기지 않는 것 같은, 그래서 휴일에도 컴퓨터 앞을 벗어나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고, 손에서 책을 놓으면 큰 죄를 짓는 듯한 느낌. 이게 지금 내가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이다.

  단언컨데. IT는 극한직업이 맞다. 어부는 배에서 내리고도 내일 고기잡는 법을 잊을까 걱정하지는 않지 않는가. 나는... 내 기술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