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곳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요일 아침이면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 일요일이다. 아침 8시 30분이면 고등학교마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로 평일과 다를 것이 없는 풍경이 만들어지는 곳이다. 나도 강남의 8학군에서 공부를 꽤 많이 하면서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이 지역 학생들에 비하면 난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이 곳의 학생들은 여전히 70년대와 똑같이 아주 짧은 까까머리를 하고 주 7일 등교를 하고 있다.

  88만원 세대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웠다는 이른바 386세대가 이 아이들의 부모님들이다. 자신들은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웠다는 분들이, 정작 학생들의 인권은 대입이라는 난관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히게 두고 있다. 일요일에 등교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인데, 아무도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를 않는 다는 것, 이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다. 목적의 달성이라는 명분 앞에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고 있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특히나, 그 부모들이 자유를 위하여 싸웠다고 자부하는 세대라는 것은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작년 국회의원선거 날, 지방 출장을 갔었다. 명령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왔고, 공장 라인은 여전히 돌고 있었다. 외화획득과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투표 정도는 건너 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다. 역시 목적 앞에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니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일요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학교를 가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회사에 가서는 역시 회사의 목적을 위해서 한달에 80시간도 넘게 야근을 하고, 빨간날도 없이 뛰어다니며 일을 할 것이다. 그리고 승진해서는 다시 밑에 직원들에게 투표를 대신해서 일하러 가라고 명령을 내리겠지. 일본일들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비웃었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다. 대통령부터 나서서 경제발전이라는 가치가 모든 것보다 앞선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이 것이 옳은 일인지 별다른 고민조차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이렇게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사는가? 자신과 남의 기본권까지 휴지같이 여길 만큼,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가?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일하지 않고서는 삶을 영위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빡빡한 사회구조가 문제 아닐까?  이렇게 공부하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빌어먹을 나라가 가장 큰 문제다.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어른들이 문제이고, 그걸 강요하는 어른들이 문제이다.

  결국, 대한민국에 산다는 것이 불행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이 저주이다.

  아마도, 이 지역에 꽤 오래 살 것 같은데, 내 아이는 일요일에 학교 안보낼 거다. 담임과 담판을 짓거나 대안학교를 보내겠지. 요새 교회에서는 계속 홈 스쿨링에 대하여 홍보를 하는데, 이런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이를 가정 안으로 피신시키라는 것이다. 최선의 대안이 될 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사회를 부정하는 것 같아 썪 내키지는 않는다.

  아침에, 일요일 아침 9시에 지각했다고 교복에 도시락 들고 뛰어가는 애들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안됬어서 두서 없이 몇자 적는다.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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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9 23:5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러게요.. 우리나라의 시스템은 무조건 결과죠. 과정같은건 아무도 신경쓰지 않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도, 회사도, 학교도, 나라도.. 그저 어떻게든 결과만 내 놓으면 되는겁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그 결과라는 것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데 말이죠..

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상세보기

  최근 들어 이만큼 시원하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떤 부분은 보충자료를 넣어주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공감 댓글을 달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반박을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읽는 동안 보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다녔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고, 우리 식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그냥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이건 아니야. 책을 읽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공감과 감탄이 있었던지. 이 책은 최고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 20대 세대가 비정규직의 대표명사인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일을 세대간 경쟁으로 결론 내리며 그 해결책으로 윗 세대의 양보 - 와 그를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 위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고 과격한 문구로 시작하고, 책의 첫 장은 섹스 문제를 화두로 삼는 등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의 20대 세대는 바리케이드도, 짱돌을 들 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모세대의 양보와 합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만큼 무기력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이 20대들의 최대 약점일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반부를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경제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그냥 쉽게 쓸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일텐데, 한번 읽고 쓰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쪽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책의 주제를 내 관점에서 요약하면, "내가 올해 30이 되었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갔는가? 그것은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만큼 충분히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혼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1.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고, 2.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20대가 세대간 경쟁에서 아버지 세대와 386세대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 세대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을 세대별로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와 전쟁 경험한 할아버지 세대, 그 이후 유신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신세대 (40~50대), 전두환 정권 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들었던, 개혁세대라 불리는 386세대 (30-40대) 그리고 그 이후 IMF 시대에 대학을 다닌 20대 88만원 세대, 마지막으로 더 어린, 사교육에 인질로 잡혀있는 10대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386세대 인데,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지 았은 유일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첫번째 세대이고, 개혁적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 땅의 20대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넣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적인 행동과 위선적인 정책 -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난 5년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 밖에없게 되었다.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10대들, 다음 세대를 인질로 잡히는 최악의 인질극이다. 부모 세대는 교육비라는 막대한 몸값에 저장잡히고, 20대는 그 자녀들의 교육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해서 결혼을 늦춘다. 사교육을 받는 본인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점점더 멍청해 지고, 무기력해져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능력도 없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칠 의지도, 분노도 없다. 그냥 윗세대의 노예로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순종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향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 그 아버지들과 같이 지역정당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몇십만명의 젊은이들이 매달려있고, 국가의 역동성은 사라져 버렸다. 

 

 세대간의 경쟁이 벌어지면 20대는 이길 수 없다. 윗 세대들은 연공서열과 안정된 직장을 다녔지만 그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것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버지의 수입을 나눠주는 방식, 일자리를 나눠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를 위한 정책들은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방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니면, 이 땅을 떠나는 방법도 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고 있고.

 

 내 구체적인 경험들과 사례들을 추가하고 싶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이 깨어나고 변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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