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한 가장이 실직을 하고 몇달이 지나도록 새 직장을 찾지 못하여 의료보험까지 끊어졌다. 예금도 모두 떨어진 상황에서 아이가 갑자기 심하게 아프다.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 아버지는 스스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으로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 상황에 대하여 당신은 어떤 해결책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보수주의자는 개인의 자유와 함께 개인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진보주의자는 사회적 의무와 함께 사회의 책임을 이야기 할 것이다. 

● "폰더 씨" 의 작가는 이 상황에대한 해결책으로 대천사 가브리엘을 소환하고, 그를 통하여 다시 미국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을 불러 폰더 씨와의 만남을 갖게 한다. 에브라함 링컨을 포함한 위대한 인물들이 모여서 폰더 씨의 용기를 북돋아 주게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 폰더씨는 죽도록 열심히 일해서 위대한 사람이 된다 는 것이 이 책의 스토리다. 근데, 다시 생각하면 좀 우습다. 

● 실직한 가장, 끊겨버린 의료보험, 아이의 심한 병환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 위한 작가의 장치들인데, 이 상황은 "먹고 살만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 중에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정도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이 상황들이 비극이 아니다. 실직한 가장에게는 실업 수당이 나온다. 의료보험이 끊기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 (심지어 프랑스는 불법체류 외국인도 치료해준다.) 의료비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어떤 나라에서는 대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시간 여행을 해야 해결될 일이 (그것도 본인이 죽도록 노력해야 하고, 아이의 병은 우연히 차도가 있었다.), 어떤 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로 문제가 성립하지 조차 않는다. 우리는 이런 것을 복지 라고 부른다. 사회적 합의가 있을 때,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것이 된다. 사회적 합의는 대천사  가브리엘 보다 능력이 있고, 강하다. 

●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관련 논쟁과, 각종 무상 시리즈 복지 정책들에 대하여 보수주의자들은 국가를 파탄낼 일이라고 걱정을 하고 있고, 진보주의자들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다. 다시 그들의 주장을 잘 들어볼 필요가 있는데, 한쪽은 돈 걱정을 하고 있고, 다른 한 쪽은 사람을 이야기 하고 있다. 돈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부자들의 손자에게 들어가는 헛된 돈을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주장 어디에도 눈치밥을 먹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돈 VS 사람.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핵심 프레임이다. 

● 당연히 사람 > 돈 이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실, MB 정권 들어 있었던 모든 논쟁들, 사태들이 이 프레임의 충돌이었다. 값싼 소고기 VS 가족의 건강, 용산개발이익 VS 철거민, 부자급식 VS 무상급식 에 이르기까지. 가슴에 붉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면 답을 알고 있을 만한 이야기들에 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를 안다는 정권은 돈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 돈. 돈. 돈. 

● 돈이 없어서 무상 급식을 못하겠다는 거짓말은 그만하자. 4대강 공사할 때 돈없다는 얘기 한적 없고, 부자 감세는 꿋꿋하게 밀어붙였다. 세금도 깍아줬는데, 밥좀 더 주면 어떻겠나. 부자급식 받는 다는 그 사람들중 대부분이 종부세 감면 대상자들인텐데. 

● 국가의 경제력 어쩌고 하는 얘기도 그만하자. 세계 15위 경제대국인데, 지금 우리의 객관적 생산력이 1950년대 전후 서유럽 국가보다 못하다고 하고 싶은가? 정말 2011년의 대한민국의 경제력이 1968년 프랑스만도 못할까? 우리보다 못한 경제 상황에서도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해냈던 일을 왜 우리는 못한다고 하는가? 필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지, 더 많은 돈이 아니다.

● 사상 최대의 복지비를 쓴고, 복지국가라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대한민국의 사회면에는 여전히 사회 밑바닦에 맨몸으로 던져져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폰더 씨 들이 많다. 호적에 남아있는 소식끊긴 자식 때문에 도배 대상자에 들지 못했다는 임대주택의 할머니를 만나본 적 있는가? 점심에 밥을 이렇게 많이 먹는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는 성남 구시가의 중학교 교장선생님의 이야기, 자식이 장애인 수당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버지 이야기. 사회면을 펼 때 마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물이 방울지는데 한쪽은 아직도 돈. 돈. 돈...  돈. 돈. 돈...

● 세금을 더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건 정말 두번째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다. 우리, 사람 이야기 좀 하면 안될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될 지, 어떤 문제점들이 없어질지, 어떤 비극들이 끝나게 될 지 그런 이야기좀 하면 안될까? 이런 꿈을 꾸는 것이 포퓰리즘이야? 아니면 대천사 가브리엘을 소환해 달라고 하는 것이 포퓰리즘이야? 누가 더 합리적이고 누가 더 현실적인 대안을 얘기하고 있는거야?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악역맡은 자의 슬픔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홍세화 (한겨레신문사, 2002년)
상세보기

  우리 나라는 어떤 나라, 어떤 사회인가? 헌법 상에는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는 민주공화국이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라고 되어있지만 정말 그런가? 이 질문에 대한 홍세화의 대답은 "우리 나라는 정치적으로 사회귀족에의한 과두정이며 경제적으로 국가에 의한 기업 위주의 계획경제라고 이야기한다. 그에대하여 지식인들은 마땅히 공화국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걷지 못하며 피흘리지 않고 있고 노동자들은 노동자들데로 단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적 스펙트럼이 극우에 편중되어 있기에 다른 정치문제들 - 철새, 지역주의, 정책부재, 과거 폭로전 등 - 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프랑스 사회를 기준으로 우리 사회를 본다면 - 프랑스 사회를 기준으로 본다 보다는 세계 기준이란 말로 바꿔도 무방하겠지만 - 스스로 보수로 자임하는 한나라당, 조선일보 등은 보수보다 훨씬 오른 쪽의 극우임에 틀림없다. 극우를 극우라 하지 못하는 사회가 우리 사회이다. 우리 국민들의 성향 조사에서 스스로를 온건 개혁이라 한다는 조사가 가장 많지만 조선일보를 200만 부씩 찍어내고 1등 신문을 만드는 국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개혁적인지는 모르겠다. 진짜 보수라 불릴 사람들은 유시민씨의 열린우리당 정도일까. 그의 책에서 그는 누구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문제점과 한계, 그리고 그 장점과 최선의 선택임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다. 극우들의 눈에는 자기보다 한참 왼쪽의 빨갱이로 보이겠지만 실재로는 그야말로 온건 보수다. 개혁 세력은 민주노농당이고.

  교육의 부재, 정책의 부재, 정치의 부재, 사상의 부재... 부재, 부재, 부재...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에 왜이리 없는게 많은건지. 과연 이 나라에 희망을 둬도 되는 건지란 질문을 하게 한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불온서적 취급하는 극우의 나라에서 어떤 발전적 토론과 진보적 사상을 기대할 수 있는가?

  최근 난 세 명의 지식인을 또 잃었다. 하나는 이문열, 또 하나는 송자, 마지막으로 이원복씨다. 앞의 둘은 이 책을 통해서 그들의 실체를 알아버렸고, 이원복씨는 그의 최근 책을 통해서 그의 편협성에 질려버렸다. 그 자리는 유시민씨와 홍세화 씨가 대신 채우게 될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것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들은 최소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을 만큼 넓은 농경지가 있는 농업 대국이고 또한 경제 대국이다. 우리는 일제와 미국과 소련의 틈바구니에서 너무 많은 지식인들을 잃어야 했던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김구 선생이 암살 된 것이 그 시작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수주의가 갖는 가치는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고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이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 보수가 갖는 가치는 민주주의 보다는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인 것 같다. 그 기득권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국민으로부터 나온 정당성이 아니라, 친일파로부터 이어져 나온 불의(不義)의 유산이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반공, 반북, 친미 그리고 경제발전을 기치로 이 기득권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해 왔지만, 21세기에는 더이상 이러한 구호에 국민들이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인정하지 않아야 할텐데, 현재 이명박 정권의 탕생에서 보듯이, 여전히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BLOG main image
일상, 프로그래밍, IT 그리고 직장생활, Dive, 여행 by 지그프리드

카테고리

Class List (402)
Studies (30)
Exercise & Quizz (10)
Term Project (0)
ECIM list (Help!) (10)
Issues & News (0)
Gossip about IT & Job (22)
Tools (2)
Think about the Justice (23)
Book Review (170)
조엘 온 소프트웨어(번역) (28)
Diary (87)
Vacations (9)
Clash of clans 클래시 오브.. (11)

글 보관함

달력

«   2020/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 321,752
Today : 9 Yesterday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