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조지프 히스 (마티,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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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최고의 책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최고의 책으로 꼽고 싶다. 책의 난이도가 좀 있지만, 경제학 관련 책 중에서도 이 책은 단연 최고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추천으로 읽은 이원복, 송병락 공저인 "자본주의 공산주의"를시작으로,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 "멘큐의 경제학 개론", "경제학 카페", "파킨슨의 법칙", "이코노미 2.0", "괴짜 경제학", "퍼센트 경제학", "경제학 콘서트", "88만원 세대" 등 꽤 많은 경제학 관련 책들을 읽어왔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다. 다만, 책의 난이도가 조금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목적이 지금까지 나온 좌파, 우파의 경제정책과 오류들을 하나하나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양비론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올고 그름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창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책의 제목과 뒷표지의 카피 - "걸핏하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보수의 구라에 왜 진보는 쩔쩔매는 걸까" 같은 카피에 좌파 적인 책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이 책은 좌, 우의 정책과 논리를 모두 비판한다. 어쩌면,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은 첫번째 경제학 책이 아닐까 싶다.

   경제학, 오류의 학문
 

  IMF이후 대한민국의 화두는 민주주의에서 경제로 바뀌었다. IMF이후, "더 민주적인 정치를 하겠다"는 정치인보다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정치인들이 앞선으로 나온 것이 그 반증이다. 좌우간의 이념 대립도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중심이 경제정책으로 상당히 옮겨가 있는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자들이 싱크탱크 역할을 하면서 TV토론과 신문지면을 빌려서 이건 이래야 한다, 저건 저래야 한다

  하지만,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구라"의 학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경제정책의 오류들을 수없이 많이 지켜봐왔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값싼 소고기를 먹게되어 국민들이 좋아할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의 대다수는 분노했다. 천성산 터널을 뚥기 전에 제대로된 환경영향평가를 해달라는 지율 스님의 요구로 인해 2조 5천억이 넘는다고 신문기사를 썼지만, 결국 10원짜리 소송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공정무역을 통해 빈국의 노농자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실제로 왜곡된 가격은 공급 과잉을 불러와 더 큰 피해를 만들어 냈다.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신도시를 개발하지만, 그 신도시의 토지보상비가 다시 서울 아파트에 투기되어 집값을 상승시키는 일도 있었다. 유시민 전장관의 "경제학 카페"에서는 "능력의 차이, 자연재해, 운의 차이 등으로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악이다" 라고 모순된 이야기도 버젓이 한다. 이렇듯, 경제학은 현실문제와 부딪힐 때, 성공적인 답안을 내놓기 보다, 오류를 범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자는 이런 오류의 원인 중 하나가 현실을 단순화 시키는 모델링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말하다. 누군가 하와이 까지는 데려다주지 못하지만 그 거리의 90%까지는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면 그 비행기를 타겠는가? 만약 90%면 대단히 하와이와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비행기를 탄다면, 결과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익사하는 것이 될 것이다. 경제학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만드는 모델은 내제적으로 오류를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사회는 대단히 복잡미묘하고, 정책의 변화로 환경이 변화면 그에대해 시장 역시적극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경제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오류가 많은 학문일 수 밖에 없다.

   경제학, 사기의 학문
 

  또 한가지 문제는, 경제 정책을 제안하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 뿐만 아니라, 경제학자들 조차 자신의 입장에서 거짓말과 모순된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대형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고, 화물선을 물 위로 달리게 하는데 수질은 더 좋아질거라던가, 수익을 내야만 하는 영리 병원에서 의료보험지정 환자도 동일하게 수용하겠다는 주장들을 TV 토론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격을 통제하려는 정책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직접 나눠주면 빈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좌파의 정책들도 그 성과가 입증된 바 없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 사례가 많다) 거짓말들이다.

  앞서 말한대로, 천성산 터널을 뚫지 못한 피해액을 산정할 때도 결국 미래 가치와 기회비용을 "가정"해서 산정하는 것이고, 새만금 간척 사업에 의한 환경 피해액도 "가정"해서 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들도 자신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편익은 더하고 비용은 빼는" 오류를 쉽게 범한다. IMF에서 막 벗어날 시기에만 해도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위대함을 설교하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오류" 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의도적인 거짓말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저자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500페이지가 너는 책을 통해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결국, 수없이 많은 경제이론과 경제정책을 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것이 옮고 어느 것이 그른지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기르는 일이다.  모든 경제 정책은 정의와 불의,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의 싸움이라기 보다는(물론, 진정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도 있기는 있다.) 자신의 재산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사상적 성향에 따르는 정책들이 많다. 이런 정책들의 근거로 들이미는 것이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의도적 혹은 정말 몰라서 만들어낸 왜곡된 통계들과 추정들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근거들을 살펴서, 최소한 근거 속에 모순을 품고 있는 것들만이라도 걸러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가장 정의로운 정책을 고르는 의인의 심장을 모든 사람들이 갖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최소한, 눈 감고 아무 정책을 지지하거나, 약자를 공격할 위험이 있는 정책만이라도 걸러낼 수 있다면. 경기 부양을 위해 땅을 파고 물을 가두고, 다시 그 물을 정화하기 위해 수조를 퍼붓는 그런 정책에 가운데 손가락이라도 들어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찰력이고, 이 책은 그런 통찰력을 이야기하는 첫번째 경제학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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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성장은 환경 파괴를 수반한다? 
 

  녹생 성장이 현 정권의 모토이다. 이 말에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데, 잘 해서 이를 완화, 보완하는 방법을 찾겠다" 는 생각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경제 발전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보전하고, 환경 보전을 위한 기술과 산업을 발달시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찾겠다고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생각이다. 언뜻 보기는 좋은 생각이고, 옳은 생각같아 보인다.

  하지만, 요즘 책 한권을 읽으면서 이 모토가 상당히 낡은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인데, 제목과 책의 광고와는 다르게, 좌우 양쪽을 최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는 책이다. 이 책에서 좌파의 주장 - 자본주의는 환경문제로 인하여 근본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 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답을 내놓는다. 그 대안은 우리 정부의 주장과는 매우 많이 다르다.

   진짜 녹생 성장 - 서비스업, 지식 산업이 대안이다 
 

  저자는 캐나다 한 대학의 철학 교수인 자신의 사례를 든다. 자신은 꽤 많은 임금을 받지만, 환경을 전혀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말이다. 교수가 임금을 받는 것도 분명 국가 GDP에 포함이 되니,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교수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일에서 환경 오염이 심각하게 발생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4대강 정비사업을 벌이며 22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붇는 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모든 인부들에게 숟가락을 쥐어주면 어떨까?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겠는가. 지난 여름 휴가로 세부에 다이빙을 하러 갔는데, 나와 내 친구들 세 명이 다이빙하러 빌린 배에 무려 7명이 따라왔다. 다이버 두명에 보트맨 둘, 배 주인과 음식해주는 아주머니 둘까지 말이다. 30만원 남짓한 (그것도 엄청나게 generous하게 쓴 것이다) 비용에 이 많은 사람이 따라오는데, 난 그날 필리핀 경제에 7개의 일자리를 제공한 샘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 한겨레 21에 연재되는 안산 공단의 열악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동 현실이 우리 젊은 이들을 위한 자리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국무총리 내정자께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시지만, 그건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다. 기계를 위한 일자리일 뿐. 우리 젊은이들에게 삽을 쥐어 강가의 공사판으로 내몰 생각이 아니라면, 4대강 정비 사업은 결코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방안이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경제 성장을 위해서 어떻게든 돈을 쏟아 부어서 GDP를 높이고 싶겠고,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을 가둬 수질을 악화 시키고 다시 그 수질 개선에 추가로 몇조를 쏟아 붇는 것은, 유시민 전 장관이 경제학 카페에서 이야기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경제성장"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차리리 육아와 교육에 투자하라 - 스웨덴의 예
 

  스웨덴이 분배에 굉장히 중점을 두면서 높은 세금을 메기고 있지만, 우파의 주장처럼 경제가 침체되지 않고 오히려 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있는 이유는 보육정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들은 아기를 맡기고 일을 함으로 부를 창출하고, 탁아소는 탁아소대로 교사를 채용함으로 부를 창출한다. 우리나라는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 두거나,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두 가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잃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계 내부로 부가 숨어 버린다.

  4조 3교대로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 무휴로 아이를 맡아주는 탁아소와, 점심과 저녁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과후 학교, 사교육에서 소외된 중, 고등학생을 도울 수 있는 공부방을 국가 공영으로 운영한다면, 그리고 그 교사들을 공무원 신분으로 정년을 보장하면서 채용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 이쪽이 4대강을 개발하는 것 보다 더 효율적으로 국민 세금을 지출하는 방법이 아닐까?

   교사와 교수를 더 채용하고, 학비를 깍아줘라. 그 만큼 더 소비할 것이다
 

  한때 35명을 목표로 줄여거던 교실 당 학생수가 다시 40명 이상으로, 많은 곳은 4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교육 예산 부족이 원인이라고 한다. 대학생 수는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많은 나라에 여전히 시간강사들이 너무 많은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OECD에서 두 번째로 비싼 학비를 내는 나라가 되었는데, 교육의 질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생들이 학비마련을 위해 막장보다 더 하다는 어선까지 타는 세상이 되버렸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싶다면, 교육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대학에 투자해서 입학 정원을 늘릴 수 있다면, 가장 근본적인 사교육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방법이 실패 했으니, 이제는 공급을 늘리는 것도 생각을 해볼 때가 아닐까. 만약, 서울대 정원이 지금의 두 배가 된다면, 그래서 좀 더 서울대 들어가기가 쉬워진다면 과연 사교육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까 완화될까? 2배로 부족하다면 세 배로 늘리면 어떨까? - 이에 관해서 국립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방법이라던가, 서울대 학제를 4학기 제로 바꾸는 방법 등, 여러가지 대안이 이미 제시되어 왔다. -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대학 교수 한 명을 채용하는 것도 그만큼 GDP의 증가로 이어진다.

  20대 젊은이들, 돈만 있으면 데이트를 하던, 술을 마시던, 옷을 사입던, 책을 사보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학 학비가 절약되는 만큼 소비가 진작되는 효과로 바로 이어질 것이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국공립대 만이라도 학비를 낮춰 준다면, 내수확대로 즉시 연결될 것이다.

   21세기에는 21세기에 맞는 비젼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지금 우리의 정책이 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1세기에 1970년대 개발경제정책을 이야기하고, 루즈벨트 시절의 케인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말이다. 유럽은 이미 침체기를 벗어나 완연한 경제회복기로 들어섰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취한 정책들은 대역사가 아니라, 소비쿠폰 발행과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내수진작 소비촉진책이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학 졸업자가 너무 많다면, 그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 대신에, 대학생이 할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자. 건설 토목과 같은 2차 산업대신 3차 산업, 지식,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보자. 돈을 쓰겠다는 의지와 의도는 십분 이해하나,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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