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희망이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수행 (참언론시사인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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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 지성 12명 - 그러나 모두 왼쪽인...
 

  처음에 인터넷 서점의 광고를 보고 책을 골랐을 때,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라는 카피가 가슴에 와 닿아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자살로 인한 극도의 사회 분열과 혼락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뭔가 긍정적인 결론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김어준, 박원순, 우석훈 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주저 없이 이 책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왼쪽 사람들에 치우쳐진 인선이었다. 책을 읽으면서야 이 책이 시사 IN에서 주최한 강연을 묶어 낸 책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는 타이틀은 좀 무책임한 타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위기와 혼돈을 운운하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답을 구하겠다면, 마땅히 왼쪽과 오른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았어야 했을 것을. 결국 이 책은 반쪽 짜리라는 얘기다. 아니면, 아얘 오른쪽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거나. 마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 듣지 않기로 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

   그는 망할 것이다. 아니 망해야만 한다.  그래, 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명박 정권들어 그들의 공언과는 다르게 경제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많이 하는데,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위 소제목과 같다. 불의한 정권이 들어섰으니, 응당 망할 것이다는 작은 저주, 혹은 넋두리, 신세 한탄. 1960년대 대폿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하던 이야기를 사람들 모아놓고 강연 형식으로 한 것 외에, 어떤 다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 읽는 내내 글 하나 하나, 강연 하나 하나는 참 좋았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 현 시대에 정당함을 가지고 정의롭다는 평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지성과 양심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의 강연이니,   그 내용에 추호의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내 가슴 한켠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좋은 책, 그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강연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를 텐데, 그럼 이 강연과 책속의 말은 다 허공으로 공허하게 퍼져나가는 소리에 지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광화문을 가득메우고 촛불을들고 외쳐도 듣지 않던 그 사람들이 이런 강연, 점잖게 이야기 하는 수준 높은 고언에 귀나 기울이겠나. 그것도 한 켠에 "망해라 망해라. 그래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다오" 라고 주문을 외우며 하는 강연에 말이다.

   진짜, 진짜 고언이 될 수는 없는가
 

  대안이 없는 정치, 대안이 없는 말.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과 책임도 없는 사람들의 시대. 우리는 결국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저들이 외쳤던 "잃어버린 X년" 이란 말을 계속 되뇌이게 될 것이다. 일본에는 6선 이상의 중진들을 물리치고 28의 젊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에 같은 기적이 벌어지기 전에는, 결국, 이런 말의 향연은 그냥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 아 더는 못쓰겠다. 

   W에서 28 의 젊은 여성 국외의원이 유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70먹은 노인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더 우울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MB 정부가 실정을 해도 저런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가?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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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5 03: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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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교체는 일본보다 앞 선 한국민주주의의 트레이드 마크였었죠. 근데 이제는 더이상 그것을 이니셔티브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어요. 저도 자세히는 살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아마 정당 연대가 아닌 정치연대체제라는 대안을 지금 구축하고 있는 중일겁니다. 그게 잘만 만들어지면, 제 아무리 민주당 중진이라도 공천을 따놓은 당상처럼 여길 순 없게 되는 모양이에요.

    공학하시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저토록 다독하실 짬을 내기 쉽지 않으실텐데 참 부지런하십니다.^^.
    • 2009.09.18 21: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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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어쩌면 현실이 두려워 책 속으로 숨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는 요즘입니다.

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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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이만큼 시원하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떤 부분은 보충자료를 넣어주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공감 댓글을 달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반박을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읽는 동안 보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다녔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고, 우리 식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그냥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이건 아니야. 책을 읽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공감과 감탄이 있었던지. 이 책은 최고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 20대 세대가 비정규직의 대표명사인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일을 세대간 경쟁으로 결론 내리며 그 해결책으로 윗 세대의 양보 - 와 그를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 위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고 과격한 문구로 시작하고, 책의 첫 장은 섹스 문제를 화두로 삼는 등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의 20대 세대는 바리케이드도, 짱돌을 들 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모세대의 양보와 합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만큼 무기력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이 20대들의 최대 약점일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반부를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경제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그냥 쉽게 쓸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일텐데, 한번 읽고 쓰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쪽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책의 주제를 내 관점에서 요약하면, "내가 올해 30이 되었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갔는가? 그것은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만큼 충분히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혼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1.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고, 2.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20대가 세대간 경쟁에서 아버지 세대와 386세대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 세대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을 세대별로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와 전쟁 경험한 할아버지 세대, 그 이후 유신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신세대 (40~50대), 전두환 정권 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들었던, 개혁세대라 불리는 386세대 (30-40대) 그리고 그 이후 IMF 시대에 대학을 다닌 20대 88만원 세대, 마지막으로 더 어린, 사교육에 인질로 잡혀있는 10대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386세대 인데,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지 았은 유일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첫번째 세대이고, 개혁적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 땅의 20대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넣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적인 행동과 위선적인 정책 -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난 5년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 밖에없게 되었다.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10대들, 다음 세대를 인질로 잡히는 최악의 인질극이다. 부모 세대는 교육비라는 막대한 몸값에 저장잡히고, 20대는 그 자녀들의 교육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해서 결혼을 늦춘다. 사교육을 받는 본인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점점더 멍청해 지고, 무기력해져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능력도 없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칠 의지도, 분노도 없다. 그냥 윗세대의 노예로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순종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향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 그 아버지들과 같이 지역정당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몇십만명의 젊은이들이 매달려있고, 국가의 역동성은 사라져 버렸다. 

 

 세대간의 경쟁이 벌어지면 20대는 이길 수 없다. 윗 세대들은 연공서열과 안정된 직장을 다녔지만 그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것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버지의 수입을 나눠주는 방식, 일자리를 나눠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를 위한 정책들은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방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니면, 이 땅을 떠나는 방법도 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고 있고.

 

 내 구체적인 경험들과 사례들을 추가하고 싶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이 깨어나고 변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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