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변호사.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라는 책을 읽고서 였다. 그 책속에서 다루는 사건들 속에서 "정의" 가 무엇인지를 배웠고, "정의롭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사회가 부도덕해지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배웠다. 그는 몇안되는 대한민국의 양심적인 인물이다. 그 누구보다 선하게, 남을 위해, 대한민국 사회를 위해 살아온 사람이다. 그는 정말, 모든 사람이 다 위장전입해도 자기 주소지에서 살만한 사람이다.

   이 분이 기자회견을 하면서, 국정원이 한 개인을 사찰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난 믿을 만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재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하지만, 국정원의 그 뛰어난 능력으로 증거 인멸쯤은 식은 죽먹기 아닐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압력을 가해 증언을 못하게 한다던가 하는 일은 권을 가진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쉬운 일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정말로.

  PS. 이 명예훼손 재판이 성립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건 것인데, 국가가 국가의 주권자를 상대로 이런 소송을 건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바꿔말하면, 기르는 개새끼가 자기의 주권자인 주인에게 나를 개새끼라 부른다고 명예훼손을 건건데, 이걸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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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희망이다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수행 (참언론시사인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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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 지성 12명 - 그러나 모두 왼쪽인...
 

  처음에 인터넷 서점의 광고를 보고 책을 골랐을 때, "혼돈의 시대, 한국의 지성 12인에게 길을 묻다" 라는 카피가 가슴에 와 닿아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자살로 인한 극도의 사회 분열과 혼락 속에서 어떻게든 희망을 찾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뭔가 긍정적인 결론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 보기로 했다. 무엇보다 김어준, 박원순, 우석훈 이라는 저자의 이름이 주저 없이 이 책을 구입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왼쪽 사람들에 치우쳐진 인선이었다. 책을 읽으면서야 이 책이 시사 IN에서 주최한 강연을 묶어 낸 책이란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한국의 대표 지성" 이라는 타이틀은 좀 무책임한 타이틀이 아니었나 싶다. 위기와 혼돈을 운운하면서 국가의 미래에 대한 답을 구하겠다면, 마땅히 왼쪽과 오른쪽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 보았어야 했을 것을. 결국 이 책은 반쪽 짜리라는 얘기다. 아니면, 아얘 오른쪽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거나. 마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이 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서로 듣지 않기로 했다는 것 외에는 달라질 것이 하나도 없다.

   그는 망할 것이다. 아니 망해야만 한다.  그래, 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이명박 정권들어 그들의 공언과는 다르게 경제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많이 하는데,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위 소제목과 같다. 불의한 정권이 들어섰으니, 응당 망할 것이다는 작은 저주, 혹은 넋두리, 신세 한탄. 1960년대 대폿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하던 이야기를 사람들 모아놓고 강연 형식으로 한 것 외에, 어떤 다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 읽는 내내 글 하나 하나, 강연 하나 하나는 참 좋았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 현 시대에 정당함을 가지고 정의롭다는 평을 들으며 대한민국의 지성과 양심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들의 강연이니,   그 내용에 추호의 부족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내 가슴 한켠에 드는 생각은, 이렇게 좋은 책, 그들은 읽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강연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를 텐데, 그럼 이 강연과 책속의 말은 다 허공으로 공허하게 퍼져나가는 소리에 지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광화문을 가득메우고 촛불을들고 외쳐도 듣지 않던 그 사람들이 이런 강연, 점잖게 이야기 하는 수준 높은 고언에 귀나 기울이겠나. 그것도 한 켠에 "망해라 망해라. 그래서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다오" 라고 주문을 외우며 하는 강연에 말이다.

   진짜, 진짜 고언이 될 수는 없는가
 

  대안이 없는 정치, 대안이 없는 말.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과 책임도 없는 사람들의 시대. 우리는 결국 다음 총선과 대선까지는 저들이 외쳤던 "잃어버린 X년" 이란 말을 계속 되뇌이게 될 것이다. 일본에는 6선 이상의 중진들을 물리치고 28의 젊은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시대가 왔다. 우리나라에 같은 기적이 벌어지기 전에는, 결국, 이런 말의 향연은 그냥 불쌍한 사람들이 모여... 아 더는 못쓰겠다. 

   W에서 28 의 젊은 여성 국외의원이 유세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70먹은 노인들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더 우울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MB 정부가 실정을 해도 저런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절망이 내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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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5 03: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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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교체는 일본보다 앞 선 한국민주주의의 트레이드 마크였었죠. 근데 이제는 더이상 그것을 이니셔티브로 써먹을 수 없게 되었어요. 저도 자세히는 살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아마 정당 연대가 아닌 정치연대체제라는 대안을 지금 구축하고 있는 중일겁니다. 그게 잘만 만들어지면, 제 아무리 민주당 중진이라도 공천을 따놓은 당상처럼 여길 순 없게 되는 모양이에요.

    공학하시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저토록 다독하실 짬을 내기 쉽지 않으실텐데 참 부지런하십니다.^^.
    • 2009.09.18 21:09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어쩌면 현실이 두려워 책 속으로 숨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는 요즘입니다.

내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박원순 (한겨레신문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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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왜 읽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행동의 지침을 삼기 위해서"이다. 역사적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고 후세 까지도 정의롭고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인정받을 만한 일들을 나도 하기 위해서 역사를 읽는다. 투표란 형태든, 직접 공무를 담당하든 "정치"와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역사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도서관에 재판 판례집과 같이 놓여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한 권의 역사책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같은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역사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역사적인 재판들에 대하여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해준다는 것이다. 토머스 모어 와 일제에 침묵했던 문인들, 마녀사냥과 빨갱이 사냥, 드레퓌스와 지식인, 필리페 페펭의 제판과 친일파 처단, D.H.로렌스의 재판과 반노, 즐거운사라 같은 외설소설 문제. 단순히 읽고, 놀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의 비교를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보게 하는 책들이다. 이런 역사를 몰랐기에 우리는 근대에 이 바보같은 재판들을 반복했던 것일까?

  또 한가지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역사적 명문들의 원문을 실었다는 것이다. 많은 책들이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 재판들을 다루지만 대부분은 저자의 말로 바뀌어 실린다. 이 책에서는 그 원문들을 완역으로 실었고, 사진을 곁들여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밝힘으로써 그 책임을 묻는 것도 새로왔다. 정말 주옥같은 금언들을 읽었다.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수염은 반역죄를 저지른 적이 없으니...", "그렇다면 공작과 나 사이에는 나는 오늘 죽고 공작은 내일 죽는 다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같은 토머스 모어의 죽음에 초연한 금언들.

  20세기의 문명 국에서 중세 마녀재판과 꼭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에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의 의미를 새삼 느꼈다. 인류가 중세 로마인들의 문명보다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가? 글쎄. 어느 순간에 다시 암흑시대로 돌아갈 지도 모든다. PS. 로젠버그 부부의 재판 당시 "미국인"에 대한 "미국의 피해"에 관한 "미국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반미시위와 항의가 있었고 더블린에서는 화염병 까지 날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미국인"에 대한 "한국인의 피해"에 관한 "미군법정"의 불의한 재판이었음에도 우리 신문들은 반미시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어느것이 잘못된 것일까?

[인상깊은구절]
  하지만 역사는 언제나 흘러간다. 세상은 변하는데 판결은 영원히 바꾸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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