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인사권자의 권한이자 상사의 고유한 권한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들은 인사평가에 의하여 다음해 연봉을 결정 짓는다.

  고과를 매기는 기준으로 수없이 많은 기준들이 제시되어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근속연수와 업적평가 일 것이다. 근속연수는 말 그대로 회사에서 업무에 종사한 기간에 따라 고과를 매기는 것이고, 업적평가는 그 직원이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한다. 둘 다 객곽적인 지표로 인정받으며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이 두가지 지표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과거 제조업의 시대에는 같은 일에 한 달이라도 먼저 투입된 사람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나사를 조여도 하나라도 더 조였고,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는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더 좋았다. 이 시대에는 문제 될 것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특히 IT분야에서는 시간에 대한 능력차이는 미미하다. 오히려 대학에서 막 학위를 받아 온 사람이 회사에서 같은 일을 반복한 사람보다 더 신기술에 익숙한 경우도 많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지만, 병역특례나 아르바이트, 혹은 독학으로 3 ~ 10년에 이르는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해졌다. IT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시되는 어학능력의 경우, 근속연수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대기업에서는 여전히 연차가 중시되는 분위기다. 특히 승진을 앞둔 사람들을 배려해서 좋은 고과를 몰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서 능력이 좋은 신입사원들이 불리한 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있다. 객관적으로 평가를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입사년도 라는 객관적 자료를 "승진을 위한 배려"라는 이름으로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많다. 승진을 앞둔 사람들은 당연히 찬성할 것이고, 조직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가 생겼다. 연차를 중시한 인사에 불만을 품고 우수한 신입사원이 퇴사를 결정했다. "우수한" 신입사원임은 퇴사 후에 객관적으로 증명됬다. 예를 들면, 경쟁회사로 옮기거나, 선도회사에 입사하거나, 아주 수준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등이 있겠다. 고과평가의 결과 우수 사원을 잃어버린 것이다. 고과평가가 잘못되었다 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잘못된 고과평가는 누구의 잘못인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우수 인재를 놓침에 따라 줄어든 회사의 이익은 누가 보전하는가? 또, 잘못된 인사고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입사를 포기하는 우수 인재들이 발생한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회사의 분위기, 조직문화를 잘 못만들어낸 CEO의 책임인가? 아니면 신입사원에게 희생을 강요한 인사권자의 잘못인가? 우수한 신입사원을 설득하지 못한 직속 상사의 잘못인가/

  대개의 경우, 이런 경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선, 퇴사한 직원이 우수한 신입사원이었다는 객관적 증거를 수집하려는 사람이 없다. 결국 자기 목을 죌 올가미가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사원의 퇴사에 의하여 줄어들 미래의 수익은 어디까지나 가정된 손해에 불과하므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이야기 - 누구는 나가서 무엇을 한다더라, 누구는 어디로 유학을 간다더라, 누구는 어디로 가서 몇배를 번다더라, 나도 어렸을 때 화학은 참 잘했는데, 약대나 갈걸 등등 - 를 하며 침체를 겪게 되고, 무엇보다 인사권자에 대한 불신은 그대로 남는다. 내가 아무리 우수해도 연차대로 간다는 회사의 방침은 그냥 연차나 쌓자 - 다시 말해, 시간이나 때우자 - 라는 무기력을 낳게 된다. 어떠한 켐페인과 표어도 잘못된 평가에 의한 무기력을 이기지는 못한다.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지만, 회사에는 고스란히 피해로 남는다. 평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정확한 평가 - 회사에 이익을 주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주는 것 - 를 하는 관리자도 그래서 중요하다.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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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5 08: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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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한국이라면 좀 힘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연차 = 나이가 되고, 나이어린 상사들 밑에서 일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방법이라면 애초부터 조직문화 자체를 철저하게 객관적 데이터 기반으로만 평가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사실 이또한 쉬운일은 아니죠. 참 이래저래 딜래마인듯 -_-ㅋ
    • 2009.05.15 19:40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그러게요. 그럼 성과주의라는 말이나 하지 말던가 말이죠. 결과적으로 좋은 인재들은 알아서 먼저 나가버리니, 그것 또한 문제죠. 다들 밋딧릿이나 찾으니..

  조엘 온 소프트웨어 (Joel on software) 에서도 여러번 다룬 이야기지만, 막상 평가를 당하는 대상이 되면 이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히나 우리회사 같이 큰 회사에서 많은 수의 사원들을 대상으로 랜덤이 돌아가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건 정말 큰 문제가 된다. 프로그래머들은 의욕을 잃고, 능력이 부족한 동료 때문에 자기에게 추가 업무가 전가되는 것에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불투명한 고과가 팀웍을 깬다. 그건 곳 그 고과권자가 무능함을 뜻한다.

  조엘이 자신의 글에서 실증적인 예를 들었듯이, 프로그래머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방법은 없다.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프로그래머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것이며, 어떠한 잣대도 프로그래머의 창의성을 저해할 것이다. 평가를 받는 프로그래머의 목표는 더이상 가장 뛰어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당연히 고과 기준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심지어 그것이 의도적인 버그를 숨기는 일이 될지라도 말이다.

  특히나, 우리회사 같은 곳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한민국 100대 기업 안에든다는 회사가 나 입사할 때만 해도 조엘 점수가 12점 만점에 8.5점을(매우 후하게 준 것이다) 겨우 넘기는 정도였다. 조엘은 자신의 책에서 11점 미만은 가서는 안된다고 단언을 했지만, 우리회사는 입사 경쟁률이 꽤 높았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서 11점 정도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가장 Critical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채용의 문제인데,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면서 프로그래밍 능력을 묻지 않는다. 하하...

  프로그래머의 고과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없다면, 처음부터 A급 프로그래머를 뽑는 수 밖에 없다. B급 프로그래머의 10배 일을 하는 A급 프로그래머들로 팀을 꾸리고 모두에게 A고과를 줘라. 그리고 그들이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풀어놔라. 맨먼스 미신에서 말하는 것 처럼, 300명의 프로그래머와 25명의 관리자 보다 뛰어난 25명이 그냥 일을 하는 편이 더 좋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제품은 출시가 되었고, 인원이 두 배가된 지금도 버그는 엄청나게 숨어있다. 결국, 인원이 늘어났지만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아니, 문제는 더 늘어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제대로된 프로그래머를 채용하지 않는다면 인원이 늘어날 수록 문제도 따라 늘어날 것이다. 제발 인사쪽에서 제조업 마인드를 버렸으면 좋겠다.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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