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몹시 우울하다. 오늘 기분의 흐름은 이러했다. 

1. 우현히  회사에서  "어느 과학자의 7년 '출연연' 체험기" 를 읽었다. 음. 지금 원문 사이트를 가보니 더 우울하다. MB 정부 이후, 아니 7년 체험기니까 그 이전 정부를 포함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공계 찬밥이란 말이다. 그 이전에는 이런 공무원과 얽혀서 일하는 이공계가 특히 더 짜증나는 상황을 많이 겪는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예를 들어, 출연연에서 일할 때는 개무시하던 9급 공무원이 대학 교수가 되서 돌아오자 굽신거리기가 얼마나 심한지, 자기를 알아 보지도 못하더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이 글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울함이 시작되었다.

2. 내가 미쳤지. 이 시점에 다시 찾아 읽은 글이 "공생전" 이었다. 각주와 후기까지 꼼꼼히 읽었다. 농담같이 않다. 특히나 카이스트나 포공, 서울대 출신은 우리 회사에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글이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혹은 이들은 따로 뽑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어느쪽이든, 나같은 평범한 개발자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보다는 소모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얘기가 된다. 공생전 저자와 친구들처럼 밋딧릿을 치던지 다른 분야로 옮길 여력도 없는 사람에게는 우울함만 남는다.

3. 거기에 쐐기를 박은게, 오늘 인사를 하던, 이직하는 후배였다. 공기업 전산실로 옮긴다고 한다.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 부서를 떠난다는 생각도 별로 해본적이 없는데, 후배가 어느새 준비해서 이직을 한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작아보였다. 이것 참... 지금 내 바탕화면은 곧 이사할 아파트 평면도가 올려져있다. 어제 계약을 할 때만해도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오늘 갑자기, 이걸 과연 잘한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감당한다는 것은 곧 앞으로 적어도 2년은 더 이곳에서 살면서 회사를 다닐 것이라는 얘기인데, 정말 잘한걸까, 후회하지 않을까? 결혼이고 뭐고 지금이라도 다른 방향을 모색해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했다. 내가 들어갈 집에 살던 분은 고졸로 입사해서 1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다가 결혼을 미루고 여자 친구와 유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내가 그 집을 인수하는게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작, 유학은 내가 나가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4. 요즘 번역하고 있는 조엘의 글은 뛰어난 개발자를 "모시기" 위해서 애쓰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온다. 좋은 개발자를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을 아까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천국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아마도 몇년 더 지나면 관리자로 전향할 것은 요구받게 될텐데, 난 재미있는 개발을 계속 하고 싶다. 아키텍트나 프로그램 매니져 같은 직무를 해보고 싶은데, 이 조직에는 그런 포지션 조차 없고, 내 선임자들이 나를 독립시키거나 할 것 같지도 않다. 이게 가장 큰 우울의 이유일지도 모른다. 발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시키는 일만 하게 될 것이라는 것. 조직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 끝모를, 아니 눈에 보이는 불안감.

5. 어느 사원은 입사 3년차를 맞는 소감을 "삼년이 지났지만, 이길은 아닌가보다" 라고 적었다.  대한민국 이공계가 우울해서인지, 우리회사가 우울해서인지, 아니면 이래저래 이사를 앞두고 내가 심난해서인지, 좋은 칼럼 번역하느라 내 눈높이가 너무 높아져 버린 것인지.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복합적일 것이겠다)  난 오늘 몹시 우울하다. 아 우울해.

6. 마지막으로... 다음주 쯤 지방에 친구 결혼식이 있어 내려갈 일이 생겼는데, 하루 일찍 내려가서 방을 같이 쓸 사람을 찾았더니, 또 다른 친구가 자기 여자친구와 내려가서 내 옆방을 잡겠단다. 노총각을 말려죽일 생각인가. 사실 이게 제일 큰 이유일거다 ㅋ
Posted by 지그프리드 지그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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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9 00: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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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프리드님 덕분에 공생전과 대덕넷의 기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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