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생 성장이 현 정권의 모토이다. 이 말에는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환경 파괴를 수반하는데, 잘 해서 이를 완화, 보완하는 방법을 찾겠다" 는 생각을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경제 발전을 하면서 동시에 환경을 보전하고, 환경 보전을 위한 기술과 산업을 발달시켜 경제 성장의 동력을 찾겠다고 하는 것이 현 정부의 생각이다. 언뜻 보기는 좋은 생각이고, 옳은 생각같아 보인다.
하지만, 요즘 책 한권을 읽으면서 이 모토가 상당히 낡은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인데, 제목과 책의 광고와는 다르게, 좌우 양쪽을 최대한 균형잡힌 시각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는 책이다. 이 책에서 좌파의 주장 - 자본주의는 환경문제로 인하여 근본적으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 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답을 내놓는다. 그 대안은 우리 정부의 주장과는 매우 많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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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녹생 성장 - 서비스업, 지식 산업이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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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캐나다 한 대학의 철학 교수인 자신의 사례를 든다. 자신은 꽤 많은 임금을 받지만, 환경을 전혀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말이다. 교수가 임금을 받는 것도 분명 국가 GDP에 포함이 되니,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고, 교수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일에서 환경 오염이 심각하게 발생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하여 4대강 정비사업을 벌이며 22조가 넘는 돈을 쏟아 붇는 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모든 인부들에게 숟가락을 쥐어주면 어떨까?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겠는가. 지난 여름 휴가로 세부에 다이빙을 하러 갔는데, 나와 내 친구들 세 명이 다이빙하러 빌린 배에 무려 7명이 따라왔다. 다이버 두명에 보트맨 둘, 배 주인과 음식해주는 아주머니 둘까지 말이다. 30만원 남짓한 (그것도 엄청나게 generous하게 쓴 것이다) 비용에 이 많은 사람이 따라오는데, 난 그날 필리핀 경제에 7개의 일자리를 제공한 샘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 창출이 이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요즘 한겨레 21에 연재되는 안산 공단의 열악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동 현실이 우리 젊은 이들을 위한 자리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국무총리 내정자께서는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시지만, 그건 사람을 위한 일자리가 아니다. 기계를 위한 일자리일 뿐. 우리 젊은이들에게 삽을 쥐어 강가의 공사판으로 내몰 생각이 아니라면, 4대강 정비 사업은 결코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방안이 아니다. 정부 입장에서야 경제 성장을 위해서 어떻게든 돈을 쏟아 부어서 GDP를 높이고 싶겠고,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을 가둬 수질을 악화 시키고 다시 그 수질 개선에 추가로 몇조를 쏟아 붇는 것은, 유시민 전 장관이 경제학 카페에서 이야기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경제성장"과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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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리 육아와 교육에 투자하라 - 스웨덴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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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분배에 굉장히 중점을 두면서 높은 세금을 메기고 있지만, 우파의 주장처럼 경제가 침체되지 않고 오히려 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있는 이유는 보육정책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기 엄마들은 아기를 맡기고 일을 함으로 부를 창출하고, 탁아소는 탁아소대로 교사를 채용함으로 부를 창출한다. 우리나라는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 두거나, 아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두 가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 잃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가계 내부로 부가 숨어 버린다.
4조 3교대로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 무휴로 아이를 맡아주는 탁아소와, 점심과 저녁을 무료로 제공하는 방과후 학교, 사교육에서 소외된 중, 고등학생을 도울 수 있는 공부방을 국가 공영으로 운영한다면, 그리고 그 교사들을 공무원 신분으로 정년을 보장하면서 채용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바뀔까? 이쪽이 4대강을 개발하는 것 보다 더 효율적으로 국민 세금을 지출하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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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교수를 더 채용하고, 학비를 깍아줘라. 그 만큼 더 소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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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5명을 목표로 줄여거던 교실 당 학생수가 다시 40명 이상으로, 많은 곳은 45명까지 늘었다고 한다. 교육 예산 부족이 원인이라고 한다. 대학생 수는 세계에서 손에 꼽을 만큼 많은 나라에 여전히 시간강사들이 너무 많은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OECD에서 두 번째로 비싼 학비를 내는 나라가 되었는데, 교육의 질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대학생들이 학비마련을 위해 막장보다 더 하다는 어선까지 타는 세상이 되버렸다.
내수를 진작시키고 싶다면, 교육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은 어떨까. 특히 대학에 투자해서 입학 정원을 늘릴 수 있다면, 가장 근본적인 사교육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방법이 실패 했으니, 이제는 공급을 늘리는 것도 생각을 해볼 때가 아닐까. 만약, 서울대 정원이 지금의 두 배가 된다면, 그래서 좀 더 서울대 들어가기가 쉬워진다면 과연 사교육은 지금보다 더 심해질까 완화될까? 2배로 부족하다면 세 배로 늘리면 어떨까? - 이에 관해서 국립대 전체를 하나로 묶는 방법이라던가, 서울대 학제를 4학기 제로 바꾸는 방법 등, 여러가지 대안이 이미 제시되어 왔다. - 앞서 예를 든 것과 같이, 대학 교수 한 명을 채용하는 것도 그만큼 GDP의 증가로 이어진다.
20대 젊은이들, 돈만 있으면 데이트를 하던, 술을 마시던, 옷을 사입던, 책을 사보던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다. 대학 학비가 절약되는 만큼 소비가 진작되는 효과로 바로 이어질 것이다. 학자금 대출 이자를 파격적으로 낮춰주고, 국공립대 만이라도 학비를 낮춰 준다면, 내수확대로 즉시 연결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지금 우리의 정책이 낡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21세기에 1970년대 개발경제정책을 이야기하고, 루즈벨트 시절의 케인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방식으로 말이다. 유럽은 이미 침체기를 벗어나 완연한 경제회복기로 들어섰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취한 정책들은 대역사가 아니라, 소비쿠폰 발행과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내수진작 소비촉진책이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대학 졸업자가 너무 많다면, 그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 대신에, 대학생이 할만한 일자리를 만들어주자. 건설 토목과 같은 2차 산업대신 3차 산업, 지식, 서비스 산업의 일자리를 만들 방법을 찾아보자. 돈을 쓰겠다는 의지와 의도는 십분 이해하나,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