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배우 박신양과 미지급 출연료 44억원" 이라는 제목의 시론이 실렸다. 지난 달 초에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소속 연기자들이 미지급 출연료 44억원의 지급을 요구하며 드라마 촬영 거부에 들어가던 날에 "쩐의 전쟁" 의 출연료 문제로 영구 출연정지 당했던 박신양 씨가 드라마에 복귀한다는 발표가 겹쳤다고 한다. 글의 내용을 보면 박신양 씨가
를 훨씬 뛰어넘고, 심지어 연장 촬영에 있어서는 드라마 편당 제작비를 넘어서는 액수의 출연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동료 배우들에게 피해를 줬으니 드라마 복귀에 앞서 동료들에게 사과라도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느냐는 내용의 글이다.
글을 읽다보니, 논리의 흐름이 좀 이상하다. 우선 이번에 지급 요구하는 44억원은 "쩐의 전쟁"의 미지급 분 뿐만이 아니라 한예조 소속 연기자 350이 지난 2년 동안 못받은 출연료이다. 이걸 지급하지 않은 것은 박신양도 아니고, "쩐의 전쟁" 의 제작사도 아니다. 일부는 포함되어 있을지 몰라도, 이건 그동안 드라마를 제작한 외주 제작사들과 방송사, 업계 전반의 부도덕함이 문제이지, 박신양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둘째로, 드라마 제작비 9천만원 중 박신양이 4천 500만원을 받았다고 했는데, 이게 정당한 계약에 의한 것이라면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업계 정서 라고 얘기를 하는데, 스타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 그 업계 정서 아닌가? 실제로 박신양 대신에 편당 200만원 받는 신인급 연기자들이 22명이 나왔다면 "쩐의 전쟁" 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 흥행을 위해서는 4천 500만원짜리 배우가 필요했고, 그래서 그 드라마가 계약이 됬고 제작이 되었고, 방송되고, 흥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연장출연에서 편당 1억 7천 50만원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심히 많은 액수인것은 사실이나, 계약에 있어서 제작사가 거부할 수도 있었던 일이다. 시장경제에서 사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가격을 낮추는 것은 굉장히 어색한 일이다. 나 아니면 안되는 일인데, "그냥 최저임금만 주세요" 라고 말하는 노동자를 생각해 볼 수 있는가? 특히나 배우고, 그를 통하여 돈을 버는 매니지먼트회사가 있는 상황에서, 1억 7천 50만원은 부도덕한 금액이 아니라, 장사를 잘 한 것이다. 상황을 박신양이 아니라 프로축구 선수나 프로야구 선수라고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FA로 계약하면서 프랜차이즈를 옮기거나 더 많은 돈을 주는 곳을 찾아 해외로 나가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운데, 유독 박신양의 케이스만 비난을 받을 이유가 있는가?
총액 44억원이나 되는 임금이 체불되는 동안, 이걸 지켜보고 있던 감독기관이 문제이고, 상대가 스타가 아닌 보통 연기자라고 출연료 지급을 미루거나 떼먹은 제작사들이 문제이다. 박신양이 사과한다고 이들의 출연료가 지급되는 것도 아니고, "쩐의 전쟁" 이나 이번의 새 드라마에서 박신양 한 사람이 몸값을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박신양 외에도 보통 연기자의 몇배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급 연기자들은 여전히 많고, 그들이 몸값은 그만한 값어치를 하기 때문에 올라간 것이다.
신문 사설이 이런식의 "포퓰리즘" 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이건 얼핏 읽으면 그럴듯하고,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지만, 조금만 정신차리고 다시 읽어보면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다. 특히 "타겟"을 잘못 잡았다고 본다. 차라리 노동부를 비난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