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이문구 (문학과지성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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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란 것의 근본은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 중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던 이야기라는 것이 가장 큰 가치와 설득력을 갖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수필"이라는 제목처럼 작가 스스로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관촌마을에서의 기억들 - 특히 여러 평범한고도 독특한 사람들과의 - 을 연작 소설로 엮어낸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따른 것이 아니라 인물 한명 한명을 추억하며 써나간 그런 작품이다.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읽으면서 뒤집어지며 웃었던 것과는 달리, 비슷한 배경과 소재를 갖고 썼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가슴이 따뜻해 지는 느낌과 미어지는 슬픔을 느꼈다. 한사람 한사람의 목숨이 작지 않기에, 그 삶이 작은 느낌이 아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며 한명 한명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소 읽기 어려운 만연체이고 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잡히지 않은 "수필"같은 소설이기에 가끔 지루하기도 했지만 일단 이야기의 맥락이 잡히고 인물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하면 이웃집 사랑에서 밤새워 이야기를 듣듯이 그렇게 읽을 수 있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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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1:군사역사 편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스티븐 앰브로스 외 (세종연구원,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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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 역사라는 장르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전에 "반삼국지"같은 책들 - 삼국지의 팬픽 혹은 패러디-을 읽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 있었던 역사에 대해 여러 가상을 해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다만, 고대의 일을 뒤집으면 현재의 역사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감이 안오고, 근대의 역사는 미국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재미가 없었다. 고대 로마와 그리스 역사들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 실제 역사와 비교도 가능했지만 근대사는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미국 잡지에 실렸던 이야기라 그 짧은 미국 역사, 그중에서 두 번의 전쟁에 관한 에피소드가 무려 6편은 된다. 로마사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실었으면서 말이다. 모르는 이야기는 나와 관계 없는 "재미없는"이야기일 뿐이다.

  읽고 나서의 이야기지만 이 책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권한 신문과 서평들을 이해하기 힘들다. 그 추천들이 아니었다면 별로 읽고 싶지 않았을 그런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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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드니 로베르 (시대의창,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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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암 촘스키. 이시대 최고의 지성이자 좌파 지식인.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총선 선전에 대하여 축전을 보냈다는 루머가 돌만큼 유명하고 가치있는 인물로 알고 있었다.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이 책은 인터뷰이기 때문에 그의 책에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는 큰 의미를 갖기 힘들수 있다. 충분한 주석이 달려 있고 나름대로 그가 어떤 사람이란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문맥을 잡아 나가고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는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사상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패스트푸드의 제국"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성조기를 휘두르며 그들을 축복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까지 하는, 그런 위대하고 정의로운 "USA"의 추악한 진실들을 그는 분명히 직시하고 있었고, 그 진실을 외치고 있었다.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몇만 달러짜리 자동차도 리콜이 되는 나라에서 대장균에 오염된 2달러짜리 햄버거가 리콜이 안되는 모순을 지적했던 것 처럼 말이다. "잘먹고 잘살아라"가 결코 칭찬이 아닌 것 처럼, 세계 경제의 사분의 일을 책임지는 나라라고 좋은 나라는 아니다. 도쿄의정서를 거부하고 다른 나라의 구테타를 지원하는 (우리의 박대통령, 전대통령도 그 수혜자다) 그런 나라가 미국이니까.

  친미 반미를 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을 무조건 선하게 보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겠다는 것이다.


  - 2004. 04

  요즘 인문도서 특가전에서 이 책이 반값 대상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어왔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했다. 여전히 이 책의 내용은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오바마 정부에서는 부지 정권 때 보다는 좀 더 선한 미국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전원책 변호사는 100분토론에  "그는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 이기 이전에 미국의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의 어떤 정당과 정치성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할 것이다"  라고 그의 당선을 반기던 민주당 의원들에게 일침을 가했었다. 맞는 말이다. 다만, 이전 정권처럼 전쟁으로 일을 풀려고 들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여전히 갖고 있다. 이번 북한 미사일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방법이 그 바로미터가 되겠지만.

 - 2009.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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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민규 (한겨레신문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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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재미있게 읽히는 이야기는 무라카미 류의 "69"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정말 재미있다. 어떤 감동 같은 것 보다 정말 순수한 유머와 윗트와 개그가 살아있는 그런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의 절반 정도가 그렇게 지나고 나면 작가가 진정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그것을 "Anti Professional"이라 부르고 싶다. 82년에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것과 함께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 경쟁체제가 본격화 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평범한 사람들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도태되기 시작했고 정말 "미친듯이 노력하다 반쯤 죽어버린"사람들만이 성공했다고 불리며 남게 되었다. 그 속에서 작가는 "삼미"와 "옜 카프"를 기억했다. 그들에게는 "낭만"이 있었고 "평범함"이 있었다. 무었보다 "시간"과 "여유"가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Slow Food"이라던지 "요가"라던지 "Well-being"같은 것들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 손에 없고, 또 너무 멀리 있기에 오히려 그리워 지는 것들, 그런 것들의 대명사로 작가는 "삼미 슈퍼스타즈"를 찾았던 것이 아닐까.

  진정한 "슈퍼스타"들은 여전히 "클라크"의 옷을 입고 있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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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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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규도 난감해한 작가 ‘박상’ 첫 장편소설.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게 말이 되냐’ 박상 작가가 대한민국 모든 유쾌발랄찌질궁상 청춘들에게 바치는 청춘로망판타지.
    ‘이 꽃 같은 세상이 말이 되냐!’고 생각하신다면 YES24, 인터파크, 인터넷교보, 알라딘에서 진행중인 출간기념 이벤트에 지금 바로 참여하세요.

로마인 이야기. 12: 위기로 치닫는 제국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시오노 나나미 (한길사,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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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가 망해가고 있다. 계속해서 이기기에 정신 없었던 로마군이 패하기 시작했다. 철통같은 국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더이상 마음놓고 여행다닐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로마에는 다시 성벽이 건설되었다. 말그대로 로마는 망해가기 시작했다.

  로마 군단의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전쟁을 계속 하면서도 원로원에는 여전히 많은 귀족들이 모여앉아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군인황제들은 전쟁터에서 황재의 의무를 다하다 죽어갔다. 전쟁으로, 암살로...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뛰어난 승리를 한 황제 조차도 암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최소한 로마 군단의 인제 풀은 아직 가동되고 있던 시기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것은 원로원의 계속된 무능일 것이다. 특히 군단의 경력을 더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마치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병역 면제율이 높은 것과 닮아있다.

   더이상 군단병들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게 되었다. 로마군은 칼을 든 싸움에서 뿐만 아니라 삽을 든 싸움에서도 강했다. 그런데 그러던 로마군이 삽 들기를 부끄러워하고 지휘관을 암살하기 까지 해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묵묵히 일을 해나가기보다는 무언가 화려한 업적을 남기기만을 좋아하는 우리와 닮아있다.

  황제는 종신제이기 때문에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방법은 암살밖에 없었던 시대. 그리고 실제로 암살이 정말 많이 일어났던 시대. 민주주의지만 설득과 포용 보다는 탄핵이라는 극단책을 선택했던 우리들. 어쩌면 닮았을지도 모른다.

  거인 로마가 서서히 멸망해 가고 있는 이 시기. 정치가 죽어버리고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하극상이 만연해버린 이 시대. 그럼에도 아직 빛이 보였던 시대가 12권의 이야기였다.

  한가지. 크리스찬들이 로마 사회 멸망의 한 원이이라는 의견에는 공감하기 힘들다. 로마 시대의 타락상에 대한 반동적 정화작용으로 한 역할들이 분명히 많았고, 그로 인해 동로마 시대 까지 연장될 여지가 남아있었다고 생각한다
.

  여기서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국회는 정쟁에 시간을 허비할 뿐 부패하고  무능하며, 군대는 골프장을 좋아하는 우리나라도 망할까? 우리 황제는 전쟁터에서 의무는 다하고 있을까? 최소한 3세기 로마 황제들은 목숨을 내어놓고 의무를 다했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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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성석제 (문학과지성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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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역사를 매우 중요한 과목중 하나로 배우고 달달 외운다. 그 어떤 나라보다 자기나라의 역사를 잘아는 국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거짓말은 아니더라도 심한 과장과 억지로 만들어진 자부심으로 차 있다는 것을 아는 데는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다. 작가가 서문에서 "도대체 우리 민족의 과거는 왜 이렇게 보잘것 없는가, 왜 우리 조상들은 언제나 당하기만 하고 살았는가"하는 의문을 갖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특히 조선 시대로 넘어오면서 부터 역사 전체가 사대주의 사상에 물들며, 중국에서조차 무너져버린, 옛사상들과 의리를 목숨처럼 중히 여기다 실제로 삼전도의 치욕까지 이어지는 모습이 우리 역사이다.

  이런 조상님들이 내 눈에 반푼이밖에 안되는 인물들로 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고전을 읽는다 하면서도 그 안에 사람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백이, 숙제가 주려 죽었다는 이야기 에서는 감동을 받아도, 송양공의 이야기에서는 교훈을 얻지는 못한 양반들이다. 송양공의 덕은 진짜 의(義)를 이야기는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멍청함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이 소설에 나오는 우리네 조상님들이 꼭 그런 멍청한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하나같이 모자란 사람들 같이...

  수많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을 써왔던 작가가 처음으로 매우 흥미있는 역사적 인물에 관한 소설을 썼다. 처음 읽을 때는 이문열의 "황제의 꿈"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다소 비슷한 문체와 소설적 기법들이 있기도 했지만, 이 책 속의 "동구"는 뭔가 다른 힘과 매력을 지닌 캐릭터였다. 좌충우돌 양반답지 않은 모험의 연속이지만, 끝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의기를 보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치있는 그런 인물이다.

  그럼에도, 우리 역사에 대한 불만과 아쉼움이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사대의 대상이 미국으로 바뀐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점이 그렇고, 또 그 명분을 "의리"라고 들이미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고, 그 때만큼이나 인물 없음을 한탄히 여길만한 때이기에 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인상깊은구절]
"이들은 싸우기 보다는 산으로 도망가 목매 죽기를 서슴지 않고, 또 그런 병사들을 동정하기 까지 한다."
" 강화가 함락되면서 전 우의정 김상용이 자결했다. ... 그의 손자와 노복이 따라 죽었다. ... 우승지 홍명형은 남문루의 불 속에 뛰어들어 죽었다. 전 좌랑 김수남도 함께 폭사했다. ... 생원 김익겸은 그의 어머니와... 떠나지 않고 함께 타 죽었다. 별좌 권순장도 ... 함께 죽었다. 사복시 주부 송시영은 먼저 스스로 염습할 기구를 마련해놓은 뒤 목을 매  죽었다. 사헌부 장령 이시직은... 목을 매 죽었다. 민성은 강화가 함락되던 날 아내와 세 아들, 세 며느리, 네 딸과 함께 목을 매었고, 그의 첩과 누이도 목을 매었다. 심현 부부는... 서로 마주 보고 목을 매어 죽었다. .... 그밖에 선비와 부녀로서 변란을 듣고 자결한 자와 적을 만나 절개를 지켜 굴복하지 않고 죽은 사람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었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머릿수건이 물에 떠 있는 것이 마치 낙엽이 바람을 따라 떠다니는 것 같았다"고 사람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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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황석영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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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황석영의 이야기는 최근에 작가가 출연한 "무릎팍 도사"에서 들어서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학생 시절에 4.19를 겪었고, 대학생 시절에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하다가 연행된 경험도 있다는 이야기 들이었다. 물론 그의 별명 "황구라" 처럼 작가가 방송에서 한 말을 100% 다 믿기는 좀 어려운 구석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스펙타클"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엄청난 슬픔이 있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쉽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난 책이 한권 더 있다. 이문열 씨의 "젊은 날의 초상" 과 이외수 선생님의 "훈장" 이다. 셋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인이자 각각 지향하는 바가 상이하다. 친북좌파, 보수우파, 그리고 인간주의자. 황석영은 고등학교의 제도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살아남기위해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이문열은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 안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세상으로 뛰쳐나간다. 이외수는 미친개라 불리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대학에 들어갔으나 지독한 가난 속에서 비참한 아버지를 비극적으로 잃지만 그의 젊은 날은 사랑과 감성으로 가득 차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젊은 날의 초상을 읽었을 때는 대학생이란 이런 고뇌와 성찰을 갖고 살야하 한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대학와서 술에 찌들어 북한을 이상하게 동경하는 사람들을 보고서는 환상이 깨져버렸지만, 고등학교 내내 젊은 날의 초상은 내게 대학생활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했었다. 훈장에서 자기 방이 너무 깨끗하다며 종이를 찢어 훝뿌리는 장면을 읽고는 이런 감수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동경이었다. 개밥바라기 별을 읽는 동안에는, 내 고등학교 생활을 생각했다. 같은 고등학생인데, 황석영의 시대를 살아간 고등학생들은 어찌 이리 어른스러운지. 우리 시대를 사는 고등학생들이 학원과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인터넷과 컴퓨터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해외로 수학여행가는게 흔해질만큼 물질의 풍요를 즐기지만 그들에게는 인간으로써의 삶은 결여되어 있다. 나 또한 그랬고.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에 비하면 우리의 삶은 잠자고 있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고등학생들은 사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의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이야기의 흐름에 넋을 잃고 책을 읽었다. 고등학교 졸업한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난 그때 뭐하고 있었지 란 생각을 계속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을 사는 고등학생이라면 이 책과 함께 젊은 날의 초상과 훈장(과 들개) 정도는 읽어봐야 하겠다. 잠 대신 삶을 택하고 싶다면 말이다.

 
※ 좌파 앞에 "친북" 붙이는 것을 대단히 싫어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좌파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단지 김정일 일인 독재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석영 선생임의 경우, 단지 자파 만이 아니라, 북한을 자의로 방문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북을 붙였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친북 과 좌파는 결코 동일단어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이상할 뿐이다. 이것도 분단의 아픔이고, 보수측의 의도적인 공격으로 생긴 말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난 정치적으로는 좌파지만, 북한은 열라 싫어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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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교회 서점에 갔다가 정말 서점의 한 구석에서 다음과 같은 책을 만났다.

뉴 에이지 신비주의
카테고리 종교
지은이 김태한 (라이트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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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고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집에서 읽었던 "비틀즈는 13일의 금요일 밤에 보름달 빛 밑에서 Yesterday를 작곡했다" 라던가, 마이클잭슨도 New age고 ("Heal the world" 에 보면, 어린아이의 나래이션으로 기도하는 대상이 팅커벨이다. 이건 좀 이상하긴 하다.) , 블랙 사바스나 마릴린 맨슨 같은 락 그룹들의 음악도 듣지 말라는 식의 과장과 억지가 많이 섞여 있는 책과 비슷한 종류인 줄 알았다. 그냥 무심히 책을 빼들었는데, 엇, 책의 첫번째 비판 대상이 요즘 가장 인기있는 책들이었다.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과 론다 번의 "시크릿",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였는데, 얼른 책을 펴서 몇줄 읽어보고는 바로 구입했다.

  앞에 30여 페이지를 일었을 뿐이지만,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행운 혹은 이끄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내용은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어떤부분에서는 내가 "긍정의 힘" 과 "잘되는 나"를 읽으면서 느꼈던 묘한 이질감에 대한 설명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긍정의 힘"을 읽은 다른 분의 서평을 찾았는데, 문제의 요점을 정확하게 짚고 계신 것 같다. (서평보기)

  요점만 정리하면, 위 세권의 책은 기독교 신앙 위에 씌여진 책인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 세 권의 책은 하나님을 이야기 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복음을 이야기 하는 것 같지만, 성경에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부분만 골라내어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 책에 불과하다. "뉴 에이지 신비주의"에서는 이 세권의 저자가 모두 뿌리깊은 이단의 영향을 받았는데, 론다 번의 경우는  "신 사상 운동 (New Thought Movement)의 영향을 받았고, 조엘 오스틴은 "믿음의 말씀 운동 (Word of Faith Movement)" 그리고, 코엘류의 경우는 신비주의 운동의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이단 사상의 특징은 피조물로써의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기 보다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만들어진 인간은 결국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라고 주장하고, 하나님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서 인간을 돕는 종(Servant) 으로 인식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고, 그 말에는 힘이 있으니 자신의 원하고 소망하는 바를 믿음으로 말하면 그 말이 실체가 되어 이루어진다는 믿음이다. 이것을 론다 번은 "비밀" 이라고 말하고, 조엘 오스틴은 "긍정의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힘이 사람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들고, 삶에 희망을 만들어 준다고 이야기 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책의 저자인 김태한 목사님의 주장은, 이들의 주장은 완전히 비기독교 적인데, 그들의 주장은 사도들에 대한 모독이란 말로 설명한다. 예수님과 함께 한 사도들은 결코 그 인생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했고, 건강하지도 않았고, 감옥에 같히고, 매를 맞고, 끝내 순교에 이르는 삶을 살았다. 요한복음 말미에 주를 사랑한다고 고백한 베드로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물질적, 육체적 축복을 약속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라고 말씀하셨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예수님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믿음이다. 바울은 감옥에 갇힌 중에도 항상 기뻐하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현재의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우리를 연단하시는 하나님의 선한 목적을 믿기 때문이다.


  "무릇 징계가 당시에는 즐거워 보이지 않고 슬퍼 보이나 후에 그로 말미암아 연단 받은 자들은 평강열매를 맺느니라" (히. 12:11)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연단을, 연단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롬. 5:3~4)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저 책들에서 말하는 것 처럼 무조건 잘되고, 행복하고, 부유해 지는 것이 아니다. 그건 하나님을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강신무(降神巫)나 바알의 선지자들이 하는 이야기다. 저건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이야기다. 이건 그냥 기복신앙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 책들의 문제점을 밝히 본 사람이 이제 겨우 하나 둘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뉴 에이지 신비주의"는 서점의 저 구석에 꽂혀 있었고, 서점의 전면은 여전히 긍정의 힘과 시크릿이 장식을 하고 있었다. 긍정의 힘의 책 앞에 씌여있는 추천사를 쓴 수많은 사람들의 이력에는 대단한 목사님들의 이름이 쭉 나열되어 있다. 누구도 이 책의 본질을 읽지 못했거나, 혹은 미국에서 인기있는 책이라니까 제대로 읽지도 않고 추천사를 써 주었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서 좋다고 하면 제대로 보지도 않고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이 책들은 최소한 기독교 서점에서라도 치워져야 한다. 추천사를 쓰신 분들이 공식적으로 추천사를 철회하고 이 책에 대한 비판을 시작할 때라고 본다. 최악의 사태는 이미 벌어진 것이지만, 이제라도 설교 말씀이 이런 쓰레기들을 인용하거나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의 시작을 A급 짭퉁의 시대 라고 정한 이유가 있다. 뉴 에이지 신비주의 에서 이들 신 사상 운동, 믿음의 말씀 운동 등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이들의 스승들이 쓴 책을 인용하는데, 이 책들 또한 대부분 번역이 되어 들어와 있다. 이 책들 또한 그럴 듯한 제목으로 "기독교" 서적이나 처세술 또는 이 책의 속편으로 (더 시크릿 : 실행편) 소개 되고 있다. 예전에 "창세기의 백만장자들(
Millionaires of Genesis)"란 책을 읽었는데,이 책을 읽는 중에 묘한 이질감을 느껴서 챕터도다 안읽고 던저 버렸다.이 묘한 이질감의 원인이 바로 복음을 이야기 하기 보다는 하나님을 이용하여 부자가 되는 법을 이야기 하기 때문이었다. 창세기의 백만장자들의 경우, 매일아침큰 소리로 "나는 복의 근원이될 것이다" 라고 선언하여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언뜻 듣기는 성경적이고, 대단한 이야기 처럼 느껴지지만, 이건 사람의 욕심이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지, 나를 통해 주께서 일하신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차리고 항상 경계하고, 무엇보다 복음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영적으로 깨어있지 못하면 이런 잘못된 "좋은 말"들에 현혹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조엘 오스틴 같은 사람도 똑같이 "목사"라고 불리고, 스크릿 같은 책이 오프라 윈프리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건, 정말 대단히 잘못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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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으면 자랑하라 - 페기 클라우스  (0) 200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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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연꽃의 길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황석영 (문학동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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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분명 "장길산"같이 큰 감동과 느낌이 남는 책은 아니다. 어떤 부분들은 읽기 상당히 곤혹스럽고 또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특히 일본 근대사부분 - 단어들과 직위들의 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았다) 속독으로 읽었다. 마지막 저자의 글을 읽고 나서야 명확해 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황해가 동양의 지중해라면 그곳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었을까에서 "심청전"으로 생각이 옮겨가는 것이 황석영 선생님의 작가적 상상력일 것이다. 감히 생각해 내지 못하던 일들 - 그 곳에 창녀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말이다. 확실히, 저 서양의 대항해 시대에도 평생을 갤리선 밑바닦에서 노를 저었던 노예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동양에는 지금까지도 그것과 비슷한 방식의 노동자들과 인신매매에 의한 창녀들이 남아있다.

  하지만, 심청의 입을 빌린 "창녀"의 생각을 듣는 부분은 바로 공감하기에는 너무 충격적인 것들이었다. 어떨때는 스스로를 대단하다 느끼고, 어떨때는 스스로는 밑바닦이라 느끼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겪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남자를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두 권의 책 속에서 심청의 자아는 계속해서 변해간다. "성장"이라 부를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네의 이름이 "심청"에서 "련화"로, "로터스"로, "렌카로" 계속 변하듯이 말이다. 가장 밑바닦의 창녀에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왕족의 정부인까지 신분이 변하는 것처럼, 그네의 마음과 자아도 계속해서 변해간다.

  만약 이것이 남자의 글이 아니라 여자의 글이었다면 그 충격이 좀 덜했을지도 모른다. "진실"이라 믿어버리는 편한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르겠다. "달아 높히곰 돋아사"를 읽으면서 "수로부인"에 대한 또다른 해석은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였었듯이...

  여자도 남자도 돈 앞에서 서로를 팔고 사는 그런 시대는 아직까지도 계속이기에, 이 책을 쉬 덮지 못하는 것같다. 지금도 "심청이"들이 있기 때분이다. 기지촌에, 부산에, 동남아에...


 - 200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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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고백한다 현대의학을
카테고리 기술/공학
지은이 아툴 가완디 (동녘사이언스,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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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특히 외과의사는 의술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기술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칼을 쓰는 기술자. 인간의 몸에 칼을 대는 짜릿함이 외과의사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그 또한 외과의사인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수차례 추천 될 만큼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관점에서 의사들의 실수, 오진 이야기는 언제나 긴장될 수 밖에 없겠지만, 특히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책만큼 진실되게 쓰여진다면 그 긴장감은 더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묘사된 한명 한명의 환자의 자리에 내가 누워 있다는 느낌을 읽었다. 내 가슴에 튜브와 카테터가 삽입되고, 내 다리에 메스가 닿는 느낌으로 읽었다.

  의사라는 특수직, 전문직, 안전직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그들 또한 공대생들처럼 신기술을 배우기 바쁘고, 세미나와 컨퍼런스의 전시물 혹은 판촉물에 흥분하며 새로운 장비를 들여놓고, 그 사용법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많은 고민을 한다. 저자의 아버지가 의대에서 배운 기술 중 지금까지 쓰는 것은 1/4밖에 안되다고 이야기 할 때, "이건 프로그래머와 다를 것이 없잖아"라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최고의 성적을 갖고 의대에 들어간 그들이지만 그들의 긴 수련과정동안 여전히 기술을 배우고 익숙해 지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들은 우리와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물론 의사는 생명을 담보로하는 위험이 큰 직업이다. 또한 그만큼 한 생명을 구했고,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사했다는 기쁨도 큰 직업이었다. "닥터스"에 나오던 "인류가 지금까지 치료법을 발견한 병은 26개 뿐이다"라는 말,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나게 했다. 의술은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오진을 하고 부검없이는 사인을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말, 인간은 허리케인과 같은 "전지"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예측해 낼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최고다



 - 200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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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하라(인정받고 싶으면)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페기 클라우스 (한스미디어,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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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겸손"은 오랜세월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덕으로 꼽혀왔다. 저자는 이 점이 요즘의 복잡하고 시끄러우며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큰 의미를 가지 못하며 오히려 손해를 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각에 맞춘 적절하고 적극적인 자기PR(저자의 표현은 "자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부분은 상당히 공감을 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우리 사회와 서양 사회는 또 다른 가치기준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저자의 제안들을 직접 시행하는데 까지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분명, 자기 PR은 필요하고 자기 비하에 까지 가까운 겸손은 수 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나지 않게 한다. 어떤식으로 조언을 받아들이고 적용할 것인가 하는 부분은 결국 각자의 몫일 것이다.



 - 200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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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마케팅 불변의 법칙 33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여준상 (더난출판사, 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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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마켓팅을 공부하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마켓팅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마켓팅이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 책은 매우 쉬웠고, 간단명료했고, 예가 많아 이해하기 편했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의 성향을 분석하면서, 그동안 중, 고등학교 시절 기술가정, 도덕, 경제 등에서 배웠던 것 같은 "이런 점은 않좋으니 고쳐라, 이래서는 안된다"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충동구매하는 습관이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관해서 조언을 한다. 그렇다고 그 조언도 구구절절 늘어지지 않는다. 두껍지 않은 책에 아주 간명한 내용들을 33가지 넣어서 책이 지저분한 구석없이 아주 잘 만들어졌다.

  어쩌면 이 책은 마켓팅 전문 도서보다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에 관한 책으로 더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약점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물건을 사면서 생각하는 점들을 그대로 직시하도록 해주고, 그 점을 부각시킨 예들을 계속 보여주기 때문이다. 심리학 책 등에서의 지저분한 철학적 논고나 사회학적 분석을 하지 않는 점이 비전공자에게 더 장점으로 부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현대에 와서 상품은 물질적 상품 뿐만아니라 무형적 서비스 - 의료, 교육, 문화산업, 관광 등 - 로도 계속 확장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언급이 좀 적었다는 점이다. 이 쪽의 예들이 좀더 보강되고, 이런 쪽으로의 적용부분이 보충되어 다음 판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200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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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지승호 외 (아웃사이더, 19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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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말에 적힌 책의 출판 의도는 매우 거창하지만 막상 읽어 보면 그렇게 거창하진 않다. 크라잉 넛이 국내 가요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좀 더 큰 소리로 외치는 그런 내용이다.

  인디니 언더니 오버니 메이저니 하는 식의 분류를 나는 매우 싫어한다. 저 비틀즈 조차 독일의 변두리 무대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3년 정도 수행에 가까운 기간을 보냈지만 누구도 그들을 언더라고 기억하지는 않지 않은가? 첫번째 앨범은 단 하루 만에 모노 로 녹음 되었지만 누구도 그들을 인디로 기억하지는 않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자의로 하느냐 타의로 하느냐는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인디와 메이져의 차이일 뿐이다. 어디에서 노래하고 있느냐가 언더와 오버의 작은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이라면 그들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전혀 싫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의 인터뷰가 상당히 솔직하면서 장난끼 있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외의 글들이 모두 그들에 대한 호의적인 글이다. 덧붙여 그 글들의 대부분은 크라잉 넛에게도 안티가 상당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덕분에 뭔가가 빠진 책이 되어 버렸다.


  - 200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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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말걸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편집부 (월간말,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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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간 "말"지에 실렸던 대중문화의 주체들과의 인터뷰 22편을 모은 모음집니다. 임권택, 최민식 같은 거장이 있는가 하면 평생 단역배우로 살아온 사람과 앰프도 없이 대학로에서 거리공연을 하난 사람의 인터뷰도 있다. 대중문화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축구심판과의 인터뷰도 있으니 단순한 거장들, 예술가들의 인터뷰 라기 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대중들과 호흡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우선 큼직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사진들이 무척 좋았다. 활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해주는, 그리고 책을 위해 찍은 것이 아니라 잡지를 위해 찍은 것이 분명한 너무나 멋진 인물사진들이 인터뷰를 읽는 것을 즐겁게 해주었다.

인터뷰는 인터뷰를 당하는 주인공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독자의 "사이"에서 독자를 대신해서 "보면서"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이미 수없이 많은 인터뷰, 그러는 와중에 또 반복되는 질문들 속에서 자신의 생각이 라기 보다는 전에 했던 대답들을 반복하는 녹음기가 되어버리곤 한다. 인터뷰는 그래서 재미없고, 인터뷰는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간단하게 매니저와의 시간 약속을 통해, 정해진 질문들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때로는 술잔을 기울이며, 때로는 2~3회에 걸쳐 그들의 진솔한 모습들, 진지한 생각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글들은 배우 박용팔, 영화감독 임순례, 축구심판 임은주 씨의 글들을었다. 인터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보이는 인물들과 인터뷰를 했다는 점이 이책의 중요한 가치이다. 남들이 말을 걸 것 같지 않은 "그들"에게 말을 건 것,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PS. 솔직히 이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책의 저자 - 기자가 방송에서 책에 관해 설명하면서 그동안 인터뷰 했던 사람들 중 "신해철"이 가장 기억에 남는 다고 해서 였다. 거의 2년이란 세월이 흘러서야 겨우 이 책을 찾아내다. 아쉽지만 신해철의 인터뷰는 이 책에 없다.

  - 200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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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데이즈
감독 우디 앨런 (1987 / 미국)
출연 대니 아이엘로, 줄리 카브너, 다이앤 키튼, 로버트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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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난 꽤 집중해서 재미있게 봤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각본도 나쁘지 않았고, 몇몇 부분들은 같은 라디오 방송극 소재의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와 유사한 느낌이 드는 부분이 많았다. 몇몇 장면들은 정말 재미있었고, 순간순간의 극적 긴장감을 가져오는 장면들도 많아서, 나름 재미있게 봤다.

 

 문제는, 나랑 같이 간 5명이 다 지루해했고, 그 중 한명은 중간에 담배피러 나갔다 오기까지 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봤더니... 내 결론은, 코미디 영화의 배경으로 1930년대는 너무 암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절대적으로 암울할 수 밖에 없는 1930년대를 코미디에 맞게 억지로 미화하다 보니 대중신들이 어색하고 오버연기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독립군 역할의 태극단의 투쟁이 결론적으로 불꽃을 대중들에게 나눠주고 쏘아올리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억지아닌가. 

 

 결론적으로, 1930년대 경성이라는 배경이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아니었나 싶다. "음란서생"에 나왔던 현대 문화의 과거 시점에의 대입은 여전히 어색할 수 밖에 없었고... "하늘이시여" 같이 완벽하게 어울려 들어가는 장면들을 많이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다.

 

 좀 많이 아쉬움이 남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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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사이먼 싱 (영림카디널,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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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분야의 책을 이렇게 열독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책 읽는데 3일 걸렸고,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페르마의 장난 같은 수수께기 - 그의 마지막 정리 - 가 얼마나 많은 천재들을 괴롭혔으며, 그 결과가 한명의 끈질긴 평범한 수학자에 의해서 풀렸다는 것이 이책의 내용의 전부이다. 그 과정을 통해 수학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천재들이 있었고, 그들의 열정이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다시 보여준 책이다.

 

 카이사르의 전기가 그의 영웅심에 빠져서, 그러한 영웅시대로의 도피를 목적으로 읽혀지는 때가 있었다. 이 책도 그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학문과 진리 탐구를 위하여 정말로 순수하게 열정적으로 빠져다는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뭔가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고, 열정이 식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나에게는 또 하나의 영웅전이요, 신화처럼 읽혀졌다.

 

 아직도 남는 한가지 의문은, 과연 20세기 수학의 정수를 동원해서 증면된 이 명제를 페르마는 17세기 수학지식을 가지고 어떻게 설명했는가 하는 점이다. 그가 17세기의 수학지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면, 우리도 그와 같은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해를 발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거 틀렸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그의 천재성이 다른 천재들의 천재성보다도 몇발짝 앞서는 것이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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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우석훈 (레디앙,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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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이만큼 시원하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책을 읽는 내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떤 부분은 보충자료를 넣어주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공감 댓글을 달고 싶었고, 어떤 부분은 나름의 반박을 해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읽는 동안 보는 사람마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다녔다.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고, 우리 식구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한마디 한마디, 한장면 한장면이 그냥 넘겨지지가 않았다. 그래, 그렇지, 그래 이건 아니야. 책을 읽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공감과 감탄이 있었던지. 이 책은 최고다.

 

  한국 근현대사를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재 20대 세대가 비정규직의 대표명사인 88만원 세대가 될 수 밖에 없는 원일을 세대간 경쟁으로 결론 내리며 그 해결책으로 윗 세대의 양보 - 와 그를 포함한 아주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 위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어라" 고 과격한 문구로 시작하고, 책의 첫 장은 섹스 문제를 화두로 삼는 등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현재의 20대 세대는 바리케이드도, 짱돌을 들 힘도 없기 때문에, 최종적인 해결책은 결국 부모세대의 양보와 합의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그만큼 무기력하고 멍청하다는 것이 이 20대들의 최대 약점일 것이다.

 

 책 전체를 다 읽기 전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거나, 근거가 부족한 부분들이 있어서, 전반부를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경제 학자의 글이기 때문에, 그냥 쉽게 쓸 수 밖에는 없었기 때문일텐데, 한번 읽고 쓰는 것이지만, 책의 내용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이 쪽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할말이 너무너무 많은데, 어떻게 정리가 될지 모르겠다.

 

 책의 주제를 내 관점에서 요약하면, "내가 올해 30이 되었는데 왜 아직 장가를 못갔는가? 그것은 내가 경제적으로 결혼할 만큼 충분히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결혼할 만큼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1.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고, 2. 자녀 교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감당할 만큼 수입이 없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20대가 세대간 경쟁에서 아버지 세대와 386세대에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윗 세대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을 세대별로 나누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일제시대와 전쟁 경험한 할아버지 세대, 그 이후 유신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유신세대 (40~50대), 전두환 정권 때 독재 타도를 외치며 화염병을 들었던, 개혁세대라 불리는 386세대 (30-40대) 그리고 그 이후 IMF 시대에 대학을 다닌 20대 88만원 세대, 마지막으로 더 어린, 사교육에 인질로 잡혀있는 10대들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386세대 인데, 자신들은 사교육을 받지 았은 유일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식들은 사교육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첫번째 세대이고, 개혁적이라고 스스로 자임하면서도 정권을 잡은 지난 10년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이 땅의 20대를 선택과 집중이라는 이름으로 끝없는 경쟁 속으로 밀어넣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모순적인 행동과 위선적인 정책 - 노무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지난 5년이 이 땅의 젊은이들을 더욱 살기 어렵게 만들었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내몰릴 수 밖에없게 되었다.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 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10대들, 다음 세대를 인질로 잡히는 최악의 인질극이다. 부모 세대는 교육비라는 막대한 몸값에 저장잡히고, 20대는 그 자녀들의 교육비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계속 해서 결혼을 늦춘다. 사교육을 받는 본인들은 독서를 하지 않아서 점점더 멍청해 지고, 무기력해져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능력도 없고, 짱돌을 들고 바리케이드를 칠 의지도, 분노도 없다. 그냥 윗세대의 노예로 무기력하게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 세대보다 순종적이다. 정치권에서도 그들을 향한 배려를 전혀 안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멍청해서) 그 아버지들과 같이 지역정당에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에 몇십만명의 젊은이들이 매달려있고, 국가의 역동성은 사라져 버렸다. 

 

 세대간의 경쟁이 벌어지면 20대는 이길 수 없다. 윗 세대들은 연공서열과 안정된 직장을 다녔지만 그 자녀들에게는 이러한 것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버지가 아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유산을 상속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버지의 수입을 나눠주는 방식, 일자리를 나눠주고, 독립할 수 있도록 자금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를 위한 정책들은 구체적이고 여러가지 방법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아니면, 이 땅을 떠나는 방법도 분명한 대안이 될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이 하고 있고.

 

 내 구체적인 경험들과 사례들을 추가하고 싶다면,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20대 젊은이들과 대학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생각이 깨어나고 변했으면 좋겠다. 어른들도,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어떻게 할 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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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코
감독 마이클 무어 (2007 / 미국)
출연 마이클 무어, 토니 벤, 조지 W.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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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보수주의자들,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한가지 있는데, 눈에 보이는 되지도 않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는 점이다. 마이클 무어의 장기는 그들의 거짓말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그 뻔뻔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DVD 표지에는 이 영화를 "Funniest Moview" 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런 상황이 우습다고 느끼는 것은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뻔뻔함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런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괜찮은 점이 있다면, 국회의 청문회 제도와 정치후원금 공개 제도 때문에 누가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즉, 누구의 돈을 먹었는가를 알수 있기 때문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내용조차 비밀로 숨겨지고, 단지 스캔들과 폭로로만 남기 때문에 "정치공세다" 하면 모든게 끝나버리는 저질 정치를 하고 있다.



 지 난 100분 토론에서, 제주 특별자치도에 영리법인의 병원을 허용하자는 주제가 있었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그 토론에서도 너무나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되었다. 주민투표를 통해서 무산된 것은 너무나 다행이지만, 영화에서와 같은 주장이 있었다. "영리법인 병원은 주민을 위한 병원이 될 것이며, 건강보험 소지자를 차별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 말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10%도 안되는 수익률의 병원에 투자자를 모으려면 수익률을 30% 대까지는 개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낮은 수가의 건강보험 환자들을 제한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이런 뻔한 거짓말을 TV 토론회 씩이나 나와서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것, 이게 보수주의자들의 특징이다.



 물론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이 영화에 있다. 프랑스 부부의 인터뷰를 하면서 "수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식료품비 라고 대답하는 장면이다. 아마, 그들이 밝힌 수입은 세후 수입일 것이다. 쿠바는 모르겟지만, 서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의 대부분이 50%가 넘는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이런 높은 세율을 부담하면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다 라고 합의한 것이 서구 사회고, 비용의 효율성만을 강조한 것이 미국의 제도이다. 그리고, 사회보험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합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감기보험' 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한국의 어정쩡한 의료보험 제도이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는 석유가 나오는 자원 부국이고, 프랑스의 자국의 농업생산만으로도 유럽전체를 먹여살린다는 광대한 나라다. 즉 풍부한 재원이 있어서, 그 재원이 독점만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약한 곳을 채우는데 충분하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우리의 현행 의료보험 제도에 불만을 갖고 있다면, 우리도 다시 한번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할 것이다. 과연 누가 이 사회에 새로운 의료보험제도를,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낼 것인가. 만약 그런 정치인이 나온다면, 그는 김구 선생님 이후 한국 사회의 영웅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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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류 (태동출판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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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소설 이란건 기본적으로 서사가 있어야 하고, 사건의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감정에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처음부터 결론을 바로 이야기 한다고 할까. 누가 누군인지 명확하게 인식도 되지 않는 등장인문들의 끝을 모르는 타락한 모습들이 다 인지. 도저희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정말 "69" 과 "오디션" 같은 책을 썼던 작가와 같은 작가인가 의심을 들 정도로, 이 소설은 모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얇팍한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어지간하면 소설에 실린 작품해설은 읽지 않는데, 이 소설은 읽는 도중에 견디지 못하고 작품 해설을 먼저 봤다. 무슨 얘기를 하는 소설인지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작품 해설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뭐냐 이건...

  미군기지 옆에 사는 젊은이들이 꿈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렸네, 절망과 좌절이 어쩌고 하는건 그럴 듯하게 지어낸 말일 뿐. 이게 뭐야. 공감이 안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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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박범신 (푸른숲,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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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필력의 힘을 세삼 느꼈다고 할까.  정말 글을 잘 썼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졌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껴졌다고 할까. 소설을 읽어 나가는 중에 몇몇 구절들을 읽으면서는 그 문장 자체에 감동이 되었다. "눈이 나를 대신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같은 글을 창작해 내는 것이 작가의 힘이리라.

  촐라체 정상, 그 너머에는 무었이 있었을까? 정산까지 등산 해본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안되는 나로써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신기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무한한 동경이 있었다. 목숨을 걸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그 신의 영역에 올라가는 산악인들에 대한 마음을 이해한다거나 공감한고는 할 수 없다. 난 그 비슷한 경지도 겪어 본적이 없을 뿐더러 모험을 하는 것은 더욱 체질에 안맞는 사람이다. 그러나, 목숨을 건다는 말에는 일정부분 공감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도전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거는 생사의 기로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있었다.

  상민, 영교 형제는 산을 내려오면서 까지 아직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는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글 속의 화자인 "캠프지기"도 마찬가지다. 산으로 들어간 아들을 끝내 만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촐라체 그 신의 영역을 체험한 사람들은 다 그렇듯이, 앞을 보면서도 뒤에 있는 촐라체를 느낀다. 산 정에서 어떤 미지의 풍광을 본 것이 아니라 하얗게, 온통 하얀 설맹이 된 것 같은 풍광을 봤을 뿐이지만 그들이 허무해 하지 않는 것은 극한의 영역에서 죽음의 찰나를 공유하는 경험이 그 어떤 대화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수많은 탐험가들과 산악인들이 목숨을 걸고 산을 찾는 것이리라. 그 신의 영역에서의 신비체험을 위해서.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빨려 들어가듯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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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14 20:44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박범신 작가님의 흡입력은 정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소설에 압도되어 읽는 것도 오랜만이였죠..
    좋은 서평 읽고갑니다. ^___^

러브 액츄얼리
감독 리처드 커티스 (2003 / 영국, 미국)
출연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로라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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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문난 영화를 이제야, 그것도 오가는 길에 핸드폰을 통해서 보고 있다. 거의 다 봐서 정리를 해두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해서 사람을 찾는 여러 커플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일상과 갈등은 소소하기만 하지만, 그 중 몇몇 부분들은 정말 우리나라의 감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 많다. 왜 처음 개봉할 때 편집판이 들어올 수 박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 - 스케치북을 이용해서 고백하는 - 이 친구의 아내에게 하는 고백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별로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잖아? 내 아내한테 내 친구가 그런다고 생각해봐라. 참 아름답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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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북스토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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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읽은 소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공중그네"에서는 남성 작가의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여성의 내면 심리를 정말 재미있게 그렸다. 정말 별것 아닌 것 같은 30대 중반 직장인들의 소소한 일상인데, 짧은 단편의 길이 속에서 기승전결이 정말 숨가쁘게 진행된다. 그 마지막에 "뽕~" 하고 터지는 카타르시스가 숨어있다. 이건 정말 잘 된 소설이다.

  소설 속에 "여성을 위한 아파트 구입 가이드" 처럼, 30대 중반 여성을 위한 사회생활 및 심리 가이드라 불릴 만한 소실이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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