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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about the Justice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 한명숙 전국무총리 무죄판결에 붙여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마다 "듣는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라고 말씀을 하신다. 난 이 말씀의 뜻을 "믿을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만이 남의 말을 듣고 믿는다"  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이 말씀은 진리라고 생각한다.

  대학교 2학년 때,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볼 마우스를 열어 먼지를 제거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 털은 (먼지가 마치 털뭉치처럼 보인다. 볼마우스를 써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달려있는 것이니 떼지 말아라" 라고 하셨다.

  "아닙니다.  이 것은 먼지입니다. 이것을 떼 줘야 오히려 인식이 잘됩니다."

  "아니라니까. 니가 뭘아냐. 내가 PC방 사장이다. 이건 원래부터 달려나오는거야."

  "아닙니다. 이건 먼지이고, 제거해야 합니다."

  "어허, 아니라니까."

  난 그자리에서 새 마우스 박스를 뜯어서 밑을 열었다. 그리고 사장님께 보여드렸다.

  "보세요. 새 마우스에는 털 같은 것은 없이 깨끗합니다. 이건 먼지가 붙은 것입니다."

  사장님의 마무리 한마디. "이게 불량품이야."

  거기서 그만이었다. 난 입을 닫았다. 닫아야만 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겠다. 사람은 보고도 믿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자 하는 것을 믿는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예상했듯이, 한명숙 전국무총리의 재판은 무죄 판결이 났다. 보수 신문은 1심 무죄라고 하며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무죄이지만, 어쨌든 구린 구석은 있음이 밝혀졌다"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한다. 무죄이지만 구린 구석이 남았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BBK 사건과 도곡동 땅 관련 사건보다 더한 것이 있을까. 내가 신문이나 게시판에 같은 논리로 대통령을 공격했다면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었을지 궁금하다. 어디서 이런 괘변이 술술 나오는걸까. 입으로 쾌변을 하는 것 처럼.

  보수신문의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더 유치하기 그지없다. "이게 책상에 두고 가라고 하면 뇌물받아도 OK 겠구나." 라는 글도 올라오는데, 사람이 이렇게 자기 생각만 할까. 내가 한나라당 당사 경비실 책상에 5천 500만원을 두고 나왔다고 주장한다면 내 말만 믿고 한나라당을 뇌물 수수로 수사할 것인가? 한명숙 전총리가 유죄라면 누구라도 위증과 무고로 잡아넣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번 그렇게 해볼까? 자기가 그런 무고를 당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앞뒤 안맞는 주장과 논리들에 동조하고, 여전히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뇌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어제 아침 내 친구가 만난 택시기사님도 그런 분 중에 하나고, 그 외에 여전히 10원짜리 가치도 없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과 그 기사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댓글들에 구구절절히 설명을 하기도, 반론을 펴기도 우습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 -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개망신 당했으면 좋겠다. 진보세력이 부패세력이 되어 도매급으로 파멸했으면 좋겠다 - 외에 다른 것은 논리적으로 믿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도 안믿을 걸, 아무리 무슨 말과 글과 설명이 의미가 있겠는가.

  가장 한심한 것은, 천안함 침몰도 북한이 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증거가 없고, 대통령도 아니라고 하는데 여전히 북한의 도발이었으면 좋겠다고 믿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한 개그맨의 말 처럼, 1억원을 주고 그들의 머리를 열어봤으면 좋겠다. 뭐가 들었는지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