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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Non IT

일본전산 이야기 - 김성호

일본전산 이야기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김성호 (쌤앤파커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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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일본전산 이야기를 읽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10배 성장을 했다는 첫 타이틀 문구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 한데, 정작 일본전산이라는 회사는 들어본적도 없다. 한글 제목만 보고는 "일본의 IT회사의 성공담인가" 란 생각으로 책을 꺼내 들었으나, 실체는 소형 모터를 전문으로 하는 제조회사고 한자도 마지막 한 자가 틀리다.

  일본전산은 사장부터 직원까지 열정으로 가득차서 무엇이든 해보자고 덤벼드는 회사이다. 도전정신과 포기하지 않고 덤벼드는 끈질긴 모습은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에서 보던 것과 닮았다. 직장생활을 하면 할 수록 무엇이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 좋아하고, 머리로 계산하고 이래 저래서 안될 것 같다 혹은 일정이 빠듯해서 도저히 못맞춘다고 말하는 것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다. 뭐랄까. 책임을 회피하고, 자기 몸 편해지는데 더 익숙해져 가고 있다고 할까. 이건 전적으로 회사의 분위기가 중요한데, 내가 열정적으로 뛰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민폐가 된다고 느껴지면 더이상 어떤 열정을 내보기이는 어려워 진다. 일본전산은 그런 점이 전혀 없어서, 사장부터 신입까지 모두 뛸 준비가 되어 있는 회사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책 안의 인터뷰처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120%, 200%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회사이다.

 여기까지가 긍정적인 얘기고,  이하는 읽다가 화가 치밀었던 내용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사람을 혹사 시키는 것을 아주 당연하듯이 말한다. 창업자부터 하루 16시간씩, 다른 회사의 두 배 씩 일해서 선발 회사들을 따라잡았고, 후발회사가 130여개의 회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교육일정은 일요일에 잡는 것이 당연하고, 입사 면접 때 가정과 회사 중에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가정을 가진 사람을 뽑는다고 하는데,


  다  개소리다.


  이 책의 저자도 마치 이 회사의 방침 - 열정에 가득찬 C급 직원들이 엄청난 노력과 특근으로 A급 직원들이 있는 회사보다 높은 성과를 내는 것 - 이 불황을 이기는 특효약이나 된 것 처럼 말하는데, 이건 그냥 노동법 위반일 뿐이다. 결과가 좋다고 다 좋은 건 아니고, 배가 부르다고 다 행복한건 아니다. 그건 MB적인 사고방식을 뿐이다.

  정말 일본전산의 직원들이 다 행복할까? 하루 16시간 일하고 많은 월급을 받으면 그걸로 다일까? 애 100일 잔치하고 다음날 출장나가서 석달 뒤에 들어오는 아버지의 마음은? 신혼여행 다녀와서 6개월 출장 다녀와서 아내를 다시 보니 딴여자를 보는 것 같았다는 새신랑은 어떻게 할건데? 20대 후반 젊은이들이 신경썽 위염을 달고 살고, 디스크 검진을 위한 MRI 촬영이 부서 유행이 됬는데, 일하는게 행복할까? 아침 조회 시간에 계속된 철야로 쇠약해진 여사원이 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데, 이게 정상일까? 출장과 야근으로 매일 늦는 남편을 둔 아내에게 옆집아주머니가 "이집 아빠 배타요?" 라고 묻는데, 이게 정상일까? 입사이후 첫 야근후 생긴 왼쪽 어깨의 담(어께 결림) 이 고질병이 되었고, 운동 부족으로 1년에 5KG 씩 불어나는 내 체중은 정상일까?

  일본전산은 성공 사례임은 분명하지만, 결코 모범사례는 아니다.  이런 회사를 대단한 회사라고 광고하는 출판사도, 이따위 책을 자랑스럽게 쓴 저자도 이해가 가지 않을 뿐더러 화가 난다.

  세계에서 일본인을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유일한 사람들이 한국인이라고 한다는데, 아마 조금만 눈 크게 뜨고 찾아보시면 일본전산 보다 더 한 회사도 한국에서 많이 찾아보실 수 있을 것이다. 어렵게 일본까지 가서 찾지 마시고, 한국에서도 찾아보시길. 그럼 이런 책 쓴걸 안타깝게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겨우 이정도 일하는 회사를 사례라고 들었을까. 하루 20시간 일하는 회사도 있는데.. 하고 말이다.

  진짜 모범은 Fog Creek 같은 회사지, 이런 회사가 아니다. 일도 안해본 사람이 쓴 책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말도 이 책에 나온 것 같이 일을 하면, 피곤에 의해 실수만 늘어나고, 그 실수를 뒤치닥거리 하는 시간이 또 야근으로 돌아올 뿐이다. 결국 비효율의 극치일 뿐이. 아 정말 글 쓰면서도 화가 다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