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Review/Non IT

한강 - 조정래

한강 세트 (전10권)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조정래 (해냄출판사, 2008년)
상세보기

  책을 많이 보는 편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아직 조정래씨의 책들을 한편도 읽지 않았다는 다소 이상한 독서 이력을 갖고 있는 나에게 "한강"은 조정래 소설과의 첫만남이라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책이 되었다. 물론 이미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손에 든 적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책의 내용 일부가 맘에 들지 않다는 다는 이유로 1, 2권에서 손을 놓았고 나중에는 남들 다 읽는 책은 읽지 않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생겼서였다.

  "한강"이 발매된 이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읽고 있었다. 평소 책 읽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던 사람들 조차 잠시 일손을 멈추고, 마우스를 내려놓고 한강을 읽고 있었다. 그 열풍이 어느정도 지나자 내 손에도 한강이 들어왔다.

  대하소설 읽는 재미랄까. 엄청나게 많은 인간 군상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속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과 슬픔, 소외받는 사람들 - 특히 독립군 자손들과 전라도 사람들 - 의 이야기가 묻어있었다. "하와이" 로 시작해서 "하와이"로 끝나는 이 책은 어쩌면 전라도 출신들의 수난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읽지 못한 이야기들과 사건들, 그저 돈벌러 나갔다고만 생각했던 월남전쟁, 독일 인부파견, 사우디 공사들. 우리 산업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분명히 "노동자"를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라고 대답하지만 말이다. "박정희 - 전태일 =0" 이라던 딴지일보의 견해와 비슷한 이야기다.

  그 수많은 사건과 비리와 폭력 속에서 우리가 살아왔고 내 아버지가 살아오셨다. 원정출산과 이민 열품이 부는 요즘, 대한민국은 정녕 부끄러운 나라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한다. 그렇다. 부끄러운 현대사를 많이 갖고 있는 나라이다. 경제사도 부끄럽고 정치사는 더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다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나라이다. 그 치부를 드러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정말 우스운 나라이다.

  내가 바로잡을 수 있을까?

  아쉬운 점이 있다. 소설은 그냥 끝나버렸다. 뒤로 두 권은 더 있어야 할텐데 소설은 그냥 그렇게 끝나버렸다. 우리 역사가 아직도 한강처럼 흘러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건 정말 많이 아쉽다. 작가는 확실히 결론을 내리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을 텐데.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 그 확실한 마무리 거리가 아니었을까? 김대통령의 결론이 나버린 지금 그 마무리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