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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Re: 저기 부탁할께있는대용 ㅜㅜ 지식인에 글을써놨는대 내공이 30달려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오는 프로그래밍 관련 질문들에 답변을 달아주던 때가 있었다. 프로그래밍 연습 삼아 풀만한 문제들을 구하던 내 필요가 먼저였다. 학교 과제 급 정도 난이도의 문제들을 모아서 나중에라도 C언어 책을 내보고 싶은 것이 내 목표중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올라오는 문제들의 수준이 너무 심하게 저열해서 답변을 다는 일에 흥미를 잃어 버렸다. 질문을 하는데도 예의가 있는거고, 물어볼 때는 일단 자신이 좀 찾아보고, 고민해보고 물어봐야 하는데 대부분의 질문들이 학교 숙제를 대신 해달라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디선가 구한 소스를 들이밀면서 "주석좀 달아주세요" 내지는 "해석좀 해주세요" 하는 글을 볼때 마다 측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차에.. 이런 메일이 왔다.


  저기 부탁할께있는대용 ㅜㅜ 지식인에 글을써놧는대 내공이 30달려있습니다.

#include <stdio.h>
#define WHITE 0
#define BLACK 1
#define YELLOW 2

.
.... 중간생략
.

이쏘쓰 플로우차트좀 만들어주세요 ㅜㅜ

급한거라서 ..

부탁해요 ㅜ



  이건 또 뭐냐... 얼마나 급했는지 마음이야 이해가 된다만, 이젠 숙제를 대신 해 달라는 메일까지 날아오는구나. 메일에 맞춤법이 맞지 않는 제목이나, "있는대용"  같은 글들이야 그냥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아니 주변에 물어볼 선배, 동기들 조차 없는 건가...

  대학교 1학년 때 생각이 났다. 아직 고등학교 때 때를 벗어나지 못할 때였는데, 전공필수 C언어 수업에서 과제가 하나 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잠깐 찾아보면 대답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교과서를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교과서가 원서인 이유도 있었다) 막막한 느낌에 컴퓨터실 터미널 앞에 앉아있었다. 친구들하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이야기 하고 있을 때, 미리 예습을 해왔던 친구가 가르쳐 줬다. 정말 별거 아닌 문제였다. 고등학생 같은 마음으로 교수님에게 "가르치지도 않으신걸 숙제를 내시면 어떻합니까?" 하고 메일을 적었다가 다음날 수업에서 망신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교수님 말씀이,  "여기는 대학이에요. 고등학교가 아니고요. 알아서 찾아가며 공부하셔야 합니다"  였다.

  "여기는 대학이에요"

  이 한마디가 나를 진짜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바위처럼" 부르고 막걸리 마시는거 배우고, 담배를 내놓고 피는 것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었다. 공부를 스스로 하는 것. 필요한 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 가르쳐주는 것 이상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 대학공부였다.

  그뒤로도 많은 것을 선배들과 동기들로부터 배웠고, 더 많은 것을 인터넷 레퍼런스 사이트를 통해서 배웠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처럼 지식인 게시판에 올려서 막무가내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배운 것은 내 것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중에 일을 하게 될 때는 결국 자기 스스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식인에 올라오는 수많은 저질 질문들에 이어 저런 질문 메일 까지 받다니... 대학교육이 문제인가. 지식인이 문제인가. 요즘 대학생들의 공부하는 자세가 문제인가...